▶▶ 독자 고민
첫 아이를 낳은 지 이제 3개월이 갓 넘은 주부입니다. 아직 아이가 수시로 잠을 깨서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자지 못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얼마 전부터 잠자리를 요구하더군요. 출산한 지 얼마나 됐다고요. 피곤해서 몇 번 뿌리쳤는데 이후로 말도 잘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럴 시간이 있다면 잠이라도 더 잤으면 좋겠습니다. 출산 후 남편을 다른 방에서 푹 자고 출근하도록 배려해 주었는데,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것 같아 너무 실망스럽고 화가 납니다.
▶▶ 솔루션
일반적으로 임신과 출산 초기에는 부부 갈등이 심해집니다.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성적 갈등 때문입니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성적 욕구가 크게 떨어지지만, 남성은 그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남자들도 머리로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성적 욕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본능적 욕구는 참는다고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잠이 부족하고, 배가 고픈데 마냥 참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성관계를 요구한 것이 잘못일까요. 아내는 피곤한데도 억지로 잠자리를 해야 할까요. 문제의 핵심은 ‘소통’입니다. 인공지능(AI) 섹스로봇이 등장하는 이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성을 터부시하고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도 정말 사소한 불만은 꼬치꼬치 이야기하면서도 성과 관련된 불만은 자꾸 감춥니다. 그러다 보니 섹스리스 부부가 되거나 엉뚱한 문제로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관계가 부부관계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성관계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부부의 섹스는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고, 서로 깊이 연결돼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당연히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성에 대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성적 갈등이 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는 것은 성적 욕구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임신하고 출산한 뒤의 성적 욕구나 몸의 변화에 대해 남편에게 이야기하고, 남편의 이야기도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 부부 스스로 해법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나 궁금한 것은 남편이 힘들어서 따로 방을 원했나요? 가급적이면 특별한 날은 각방을 쓰더라도 아기 침대를 방에 두고 부부가 한 침대를 쓰는 게 좋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거니와 육아는 부부 공동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육아의 어려움과 기쁨을 부부가 함께 느껴야지요. 남편을 공동양육자로 대해주세요. 먼저, 특정 요일은 남편이 아이를 재우도록 해보시길 바랍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이라도 잠을 잘 자면 몸의 컨디션도 좋아지고 성적 욕구도 조금씩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좋은 섹스는 몸과 마음 그리고 관계의 주름을 펴는 ‘천연 보톡스’입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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