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na Ishig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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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클라라…’ 韓 출간
노벨상 수상 가즈오 이시구로


“한국은 K-팝 같은 흥미로운 문화의 근원지고, 봉준호 감독이 만드는 작품은 신선하고 미래지향적입니다.”

2017년 노벨문학상 이후 첫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을 출간한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사진)는 8일 국내 언론과의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한국을 흥미진진하고 현대적이고 새롭고 예술적인 작품들의 원천지로 여긴다”며 “내 책이 한국의 ‘문화 현장(cultural scene)’의 일부가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그는 또 봉 감독의 ‘기생충’에 대해선 “한국 영화가 오스카 역사상 최초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한국) 대중문화가 훨씬 더 국제화됐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클라라와 태양’은 근미래 미국의 어느 지역을 배경으로 인공지능(AI) 로봇 친구 클라라와 외로운 소녀 조시의 우정을 담은 소설이다. 작가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를 통해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과 ‘인간이 서로 사랑하는 것’의 차이를 질문한다. 이시구로는 AI 캐릭터에 대해 “클라라가 마치 세상에 갓 도착한 아기처럼 처음으로 인간을 바라본다는 점이 정말 좋다”며 “편견과 가치관이 거의 없는, 어린애 같은 느낌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클라라에게 슬픈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결말이 너무 슬프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클라라와 태양’은 희망, 그리고 세상에는 선함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관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남아 있는 나날’ ‘나를 보내지 마’ 등의 전작을 통해 ‘망각과 기억 사이에서 분투하는 개인’에 주목했던 그는 인종주의와 식민지배 등 역사적 망각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미국은 인종 문제를, 영국은 식민주의를, 일본도 2차 세계 대전 전후에 한 일들에 관한 수많은 역사와 식민지 역사를 심하게 묻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것들이 묻혀 있는 동안에는 앞으로 나아가기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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