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란(35·아일랜드)·윤효주(여·32)

저(효주)와 남편은 지인 집들이 파티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당시 흘러나오던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옆에 있던 남편에게 “음악을 바꾸고 싶다”고 가볍게 말했죠. 남편은 제게 “어떤 노래를 좋아하냐”고 되물었고, 저는 몇몇 가수 이름을 나열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다 아일랜드 음악이었습니다. 아일랜드 사람인 남편이 무척 반가워했죠. 이후 파티 내내 저희는 둘만의 대화에 푹 빠졌습니다. 파티가 끝날 무렵, 남편이 “우리 꼭 다시 만나야 해”라며 연락처를 물어왔어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했기에 기꺼이 응했죠. 그렇게 연락을 주고받다가 일주일 만에 첫 데이트를 했습니다. 서로를 알아갈수록 점점 더 서로에게 끌렸어요. 저희는 결국 세 번째 데이트 때 연인이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엄마의 폐암 진단 소식이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사실, 저는 연애한 지 5년이 넘도록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엄마의 투병에 지금껏 가지고 있던 인생의 가치관이 달라졌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저는 바뀐 생각을 남편과 공유했습니다. 한 날은 남편이 저도 좀 쉬어야 한다며 부산 여행을 제안하더라고요. 여행 이튿날 아침, 테라스에서 바다를 보고 있던 제게 남편이 다가왔습니다. 남편은 저를 꼭 안아주며 “당신하고 보낼 한평생이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죠. 돌아보니 남편이 한쪽 무릎을 꿇고 반지를 들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프러포즈 이후 결혼 준비를 시작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두 번이나 무산돼 지난해 5월, 혼인신고만 하고 법적 부부가 됐어요. 사실, 저희 부모님은 외국인 남편을 탐탁지 않아 하셨어요. 하지만 저와 가족들에 대한 남편의 진심을 느끼고 결국에는 마음을 열어 주셨죠. 엄마는 “알란에게 항상 잘해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그 유언처럼, 앞으로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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