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전기차 시장 급성장
中 배터리 기업 점유율 확대
LG “지재권 확실한 법적 보호”
SK “美시장 불확실성 벗어나”
2년간 벼랑 끝 대치 형국을 보이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이 합의금 2조 원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1조 원에 육박한 소송 비용과 시장 지배력 약화, 부정적인 여론 등 ‘기회손실’이 커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 합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송 리스크’는 해소됐지만 2년 새 재편된 배터리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온 중국 업체들과 생존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합의금 지급 방식을 공시하고 모든 소송 절차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주기로 한 합의금 중 현금 1조 원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5000억 원씩 분할 지급한다. 남은 1조 원은 로열티 방식으로 지급한다. 오는 2023년부터 SK이노베이션의 연간 글로벌 배터리 판매 매출에 대해 상호 계약한 지급 비율 구간에 따라 누적 1조 원이 될 때까지 주는 조건이다. 로열티 지급 비율 구간은 막판 조율하고 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이날 사내 메시지를 통해 “지난 30여 년간 투자로 쌓아온 배터리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게 된 것이 큰 성과”라고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전날 임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번 합의에 따라 ITC 소송을 포함해 국내외 진행 중인 모든 쟁송(諍訟)을 취하했다. 향후 10년 동안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금은 역대 글로벌 영업비밀 침해 분쟁 중에서도 최대 규모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아직은 적자가 나고 있지만 배터리 미래 성장 가치를 반영하면 합당한 금액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당초 LG 측은 합의금으로 3조 원, SK 측은 1조 원을 제시했지만 마지막 협상에서는 1조 원씩 양보한 중간 금액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배경에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양 사 기회손실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됐다. 긴 소송 기간은 중국 배터리업체들에 시장 지배력을 넓히는 빌미를 줬고, 결국 완성차업체들이 한국 배터리에 등을 돌리면서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결과를 낳았다. 약 9000억 원에 달하는 양사 소송 비용과 국내외 부정적인 여론도 악재로 작용했다.
소송 리스크는 사라졌지만 ‘내상(內傷)’이 깊은 만큼 한국 배터리 생태계가 회복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전기차 시장이 성장한 만큼 한국산 배터리 점유율은 크게 늘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업체들이 만드는 ‘파우치형’보다 중국 업체들이 만드는 ‘각형’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 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게 시장 평가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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