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고미술 수탈 근거지 악명
임정요인들 옆 합성사진 들어가
KAI “광복군 꿈 보여준 영상”


지난 9일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1호기를 출고한 롤아웃(Roll out)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축사할 때 임시정부 요인들 옆에 일제침략시기 조선 고미술 수탈의 근거지로 악명 높은 경성미술구락부 건물사진이 배경 영상(사진)으로 등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국산전투기 개발의 비전을 제시한 첫 전직 대통령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니라 김영삼 전 대통령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1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형 전투기 출고식’ 배경 영상에는 ‘우리의 공군력으로 자주독립과 자주국방의 큰 뜻을 실천하고자 노력했던 임시정부’란 자막과 더불어 임정 요인들 사진이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100여 년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을 비롯한 선각자들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광복군에 공군을 창설하는 꿈을 꿨다”며 국산전투기 출발점이 광복군에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임정 요인들 사진 옆에 임정 청사가 아닌 경성미술구락부 사진을 매치시킨 것은 생뚱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상은 KAI가 ‘KBS아트비전’에 의뢰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 측은 “치욕의 역사를 딛고 광복군의 꿈인 국산전투기 개발로 자주국방을 실현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영상”이라고 설명했지만, 독립운동가들을 욕보이고 민족정기를 훼손시킨 부적절한 편집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축사 내용이 국산 전투기 개발역사 왜곡과 진보-보수 정부 갈라치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예비역 대령은 “국산전투기 개발사업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시절 시작돼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아 1차 중단됐다가 김대중 정부 시절은 말로만 했으며, 노무현 정부 시절 사업을 포기하는 등 2차 중단을 거쳤다”고 밝혔다. 실제 ‘보라매’ 명칭 사용 및 한국형 전투기 사업 시동은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걸었으며 당시 야당 의원이던 문 대통령은 사업 추진에 반대하며 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군사관학교 발언으로 시작됐다고 언급했지만 사실 확인 결과 최초 언급은 1993년 김영삼 정부 때인 것으로 드러나 ‘국산전투기 사업 역사 왜곡’ 주장도 제기됐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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