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아, 장가가기 전날은 집에서 자고 가라.”
결혼식을 1주일 앞두고 미리 준비한 신혼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던 중, 아버지가 제게 전화로 하신 말씀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듯한 나지막한 목소리에 곧바로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뒤 짐을 챙겨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부모님 슬하에서 벗어나 10년 동안 혼자 살다가 결혼을 1년 남겨두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 부모님과 함께 살던 중 신혼집 준비로 며칠 집을 나왔는데, 아버지는 결혼 전 마지막 밤을 아들과 함께 보내고 싶으셨나 봅니다.
막상 집에 도착해서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먹는 저에게 아버지는 별다른 말씀도 하시지 않고, 평소처럼 TV를 보시다 저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봤습니다. 그냥 결혼 전 따뜻한 집밥을 한 번 더 먹이고, 아들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은 부모님의 평범한 욕심을 알아차리지 못해 죄송스러운 밤이었습니다.
결혼식 당일, 세탁소를 운영하시는 아버지께서 직접 정성 들여 다려주신 예복을 차려입고 나와 부모님께 큰절을 올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장가갑니다.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살겠습니다~.”
장난스러운 말투로 꾸벅 엎드린 순간, 왈칵 눈물이 나서 한참을 그대로 엎드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못난 아들 하나 장가보내기 위해 근 30년간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을까요. 아버지는 약 20년 전 다니던 회사를 나오셔서 세탁소를 차린 뒤 주 6일을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일하시고도 새로운 지식을 쌓고자 주말마다 교육을 받으셨습니다. 그 교육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국가기능시험 감독관까지 되셨습니다. 뭐하나 끈덕지게 하는 것 없던 저에게 아버지는 누구보다 멋진 롤모델이었습니다.
어머니 또한 누구보다 부지런한 분이셨고, 항상 겸손과 근면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시던 어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을 집과 가게를 오가며 집안일과 가게 일을 함께 하시면서도, 단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주변 친구들과 자식 키우는 이야기를 할 때면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자식들이 다 알아서 하는 거지, 내가 한 게 없다”며 늘 공은 자식의 몫으로, 과오는 기꺼이 당신의 몫으로 돌리셨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매일 아침 옷장에는 늘 새로 다려진 빳빳한 교복이 걸려 있었고, 새벽같이 회사를 나갈 때도,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돌아올 때도 삼시 세끼 따뜻한 밥을 해주셨던 부모님의 정성 중 평범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런 부모님 아래서 자라면서 다 내가 잘해서 취업도 하고, 장가도 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이 모든 것이 부모님의 노력과 정성 덕분이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아들 이렇게 멋지게 키워주신 덕에 장가까지 갔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늘 제게 해주신 정성 그대로 매사에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좋은 것 많이 보고,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도록 늘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아들 이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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