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조현화랑이 ‘아트부산’에서 작품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아트부산은 내달 열릴 예정인 미술축제로, 부산시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조현화랑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인 조현 씨가 창립했고, 현재는 아들 최재우 씨가 대표로 있다. 시장 가족의 화랑이 시 후원 행사에서 작품을 팔아도 되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최 대표는 “참가는 하되 판매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에서도 같은 논란이 있었다. 이와 관련, 주최 측은 “아트페어에 초대받은 화랑이 작품을 파는 게 왜 문제가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논란은 정치가 미술 영역에 들어온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인 문준용 씨가 공·사립 문화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았을 때 비판을 받았던 것과 같다. 다만, 그때는 권력을 업고 지원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지 작품 활동을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화랑의 작품 판매는 생업과 관련된 것이니 차원이 다르다.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의 부인이 일각의 비판에도 남편 관내에서 화랑을 꾸리는 것은 본연의 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생업이 정치 로비 창구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 것이다. 아트페어 취재 중 부산 시민들로부터 이런 말을 수차례 들었다. “큰손인 부인에게 시정 로비가 갈 수 있다.”
물론 이는 시장선거 과정에서 친정권 측이 조현 씨를 비위 의혹이 있다며 무차별 공격한 탓이 크다. 일부 유튜버는 부산 달맞이고개에 있는 조현화랑과 조 씨가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기장군 건물을 찾아가 범죄를 추적하는 것처럼 꾸몄다. 여당은 거기 발맞춰 어떤 물증도 없이 의혹을 부풀렸다. 정치 경쟁자를 적으로 여겨 그 가족까지 절멸시키려는 행태가 낳은 기괴극이었다.
조 씨는 화랑을 국내 10대 갤러리로 키우며 부산 미술 대들보 역을 해온 인물이다. “여성이 평생 공들인 직업을 인정하지 않고 비리로 보는 시선이 큰 상처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당하다.”
그의 당당함을 해치려는 측은, 재력가 여성이 정치인과 재혼한 것에 대한 편견을 교묘하게 부추긴다. 앞으로 박 시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더 독하게 물어뜯을 것이다. 그런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시장 부인’이 된 조 씨에게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당당함을 내세우기보다는 한없이 겸허한 자세로 신독(愼獨)을 하라고.
물론 고위 공직자 가족도 사생활권이 있다. 보통 시민처럼 일상의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그 가족의 처신이 공동체 질서를 해치지 말아야 한다. 법무부 장관을 했던 조국 씨 가족 예를 들 것도 없다. 과거 부산시장 부인 중 다수가 공사를 구분 못 하는 잘못으로 시정을 어지럽혔다.
시정 로비가 가족에게 갈 거라는 우려를 기우로 만들려면 신독의 처신을 할 수밖에 없다. 억울해도 인내하며 언행을 삼가고, 공공 이익을 지향해야 한다. 조 씨는 화랑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기장군 건물을 미술관으로 한다는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아들 최 대표도 ‘미술인’과 ‘시장 가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 점에서 이번에 “참가하되 팔지 않겠다”고 한 것은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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