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의 단순 납품관계 넘어
‘배터리 공동개발’ 업무협약
현대차, 설계단계부터 참여
“모빌리티 생태계 선도할 것”
현대자동차·기아와 SK이노베이션이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배터리를 처음으로 공동 개발한다. 지난해 7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사업을 주도하기 위해 ‘배터리 회동’을 가진 이후 나온 가시적인 성과다. 양 사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배터리 공동 개발에도 나선 것이다. 양 사는 전기차 배터리, 전력 반도체, 수소전기차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업종 간 협력 범위도 넓혀가고 있다.
현대차·기아와 SK이노베이션은 HEV배터리를 공동개발해 오는 2024년부터 양산한다고 16일 밝혔다. 양 사는 전동화 차량에 최적화한 파우치형 배터리를 개발해 실제 차량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이 함께 만드는 배터리는 현대차가 2024년 선보일 하이브리드카부터 탑재된다.
양 사는 현대차·기아가 출시할 차량 특성에 최적화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제품 평가, 성능 개선에 이르기까지 밀도 높게 협업할 계획이다.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경제성까지 뛰어난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기아는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하이브리드카 배터리를 직접 설계한다. 소재 적용 비율을 포함한 배터리 사양도 선택할 계획이다.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결정짓는 소재도 검증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성능 향상은 물론 하이브리드카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찬영 현대차·기아 파워트레인부품구매사업부 상무는 “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 모델을 통해 친환경차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 양산, 품질 검증 등 전 과정에서 현대차·기아와 협력해 고품질 배터리를 함께 만들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만든 배터리는 지금까지 화재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제조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는 국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이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하는 협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납품 관계를 넘어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협업 모델을 창출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장원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연구원장은 “자사의 독보적인 배터리 기술력과 제조 안정성으로 시너지를 일으켜 양 사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양 사는 친환경차 분야에서 10년 이상 협업했다. 지난 2010년 국내 최초 고속전기차인 ‘블루온’의 배터리를 시작으로 국내 첫 양산형 전기차 ‘레이 EV’, 해외 첫 수출 전기차인 ‘쏘울 EV’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 ‘아이오닉 5’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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