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의 신문광고를 보면 ‘아지노모토(味素)’ 광고가 꽤나 많고 그림이나 문구도 현란하다. 감칠맛을 내는 성분의 화학적 조성이 밝혀지고 그것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상품화한 것이 아지노모토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 음식이 맛있어지고, 이것만 선물하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다는 광고가 신문지면을 장식한다. 해방 후에는 국내에서 만들어 ‘미원’이란 상표명으로 팔기 시작한 것이 바로 ‘조미료’다.
미원이 곧 조미료란 뜻으로 쓰이는 세태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미풍(味豊)’이다. 맛을 풍성하게 해준다는 푸근한 의미로 화학 냄새가 나는 이름의 조미료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고급 쉐타’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며 도전했으나 ‘순금 반지’로 응전하는 통에 역시 전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푸근함이 화학을 이기지 못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같은 상표명 ‘다시다’. 감칠맛을 내는 천연재료 다시마를 떠올리게 하는 상표명이 큰 역할을 했다. 일설에 따르면 생산회사에 근무하는 주부 사원이 아이디어를 냈다는데 입에 착 붙는 이름 덕에 더 큰 인기를 끌었다. 혹시 멸치나 조개 등으로 맛을 낸 국물을 뜻하는 일본어 ‘다시’에서 힌트를 얻은 게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결국 거기서 거기, 원재료는 여전히 화학의 힘에 기댄 것이고 이름 또한 원산지 일본에 기댄 것이다. 인공 조미료를 먹는 한 이 전쟁의 배후에서 일본을 걸러내기는 어렵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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