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5년 차를 맞아 당·정·청 인적 개편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이란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대선 준비를 위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에 이어 다음 달 2일에는 당 대표 선출이 예정돼 있다. 총리 교체와 함께 5개 부처의 개각이 예상된다. 청와대 일부 수석 및 비서관 교체도 있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새 총리를 ‘원샷 교체’할 것으로 알려진다. 쇄신 의지를 최대한 부각하려는 속셈이다.

이번 당·정·청 인사 개편은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방지하고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기반 마련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로 친문(親文) 의원이 선출되고, 개각과 청와대 개편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국민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재·보선 패배에 대해 “국민의 질책은 엄중히 수용하되 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회전문 인사로 사람만 바뀌는 셈이다.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수용하겠다면서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국민은 그동안 민주당이 공고하게 지켜 온 ‘반(反)기업 친(親)노조’ 정책 기조를 질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책 수용 의사는 진심이 실리지 않은 허언이다. 아니면 질책을 귀담아듣지 않아도 된다는 오기다.

지난 4·7 선거에서 민주당은 오만했다. 당선자가 유책 사유로 중간에 현직에서 물러나는 경우 차기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까지 개정하면서 서울·부산 시장 후보자를 냈다. 만약 당헌대로 후보를 내지 않았더라면, 야권 당선자에게 ‘전략적 지렛대’를 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문 정부는 국민에게 정치적 상처를 주기에 충분할 만큼 위선적이었다. ‘평등·공정·정의’는 미명(美名)일 뿐이었다. ‘사전적 평등’과 ‘과정에서의 공정’은 조국 사건을 통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적 가치’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결과의 정의’는 정부 개입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설계된 징검다리일 뿐이었다.

문 정권은 적폐청산에 집착해 국민 갈등과 국론 분열을 초래했고 관용과 포용, 화합의 정치에 실패했다.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후에는 상임위원장 독점, 법안의 단독 통과 강행도 불사했고, 독선적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면서 국민의 법감정에 깊은 상처를 줬다. 주택정책 실패와 공시지가 대폭 상승은 국민에게 큰 경제적 고통을 안겨 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도덕적 일탈은 독과수(毒果樹)에 달린 독과였다. 공공 주도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 인식이 독과수였던 것이다. 접종할 코로나 백신이 없는 데 ‘K-주사기’는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자영업자를 죽이는 일이다.

지금 문 정부에 필요한 것은 정책 기조 대전환이다. 이번 인사 개편을 통해 친문 위주의 친위 체제가 구축되면 ‘권력의 자기 강화’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을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다. 분노한 ‘4·7 민심’을 더욱 거스를 뿐이다. 정책 기조를 고수한다면 권력 누수는 가속화하고 차기 집권은 요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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