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강민구

■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 펴낸 작가 장류진

청년 직장인의 삶 그려온 작가
사회현실·세대 해부능력 탁월
2030 세대들 사이서 ‘큰 인기’

‘흙수저 20대’ 암호화폐 투자記
출간한 지 하루만에 4쇄 돌입

“로또 아닌 약간의 여유 원할뿐”
오늘날 젊은이의 초상 보는 듯


제목을 보고 무의식중에 제이(J)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면, 정답이다. 암호화폐 투자 광풍 속에 등장한 용어, ‘투더문(to the moon·코인이 수직 상승하길 바란다는 뜻)’을 한국어로 풀어썼다. ‘달까지 가자’(창비). 단편집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2030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소설가 장류진(35·사진)의 첫 장편이 나왔다. 판교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 생활의 애환을 재기발랄하게, 그리고 거침없이 쏟아낸 작가가 이번엔 코인 투자에 모든 걸 거는 20대 여성 3인방의 행보를 그린다. 전작의 인기만큼이나, 이번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출간 하루 만에 4쇄를 찍는다는 소식. 장 작가를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소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음)

“늘 누가 큰돈을 주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사회현실과 세대 해부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온 장 작가는 이번 소설이 의외로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20대의 그는 자주 “누가 100만 원만 주면 좋겠다”고, 30대가 돼 신혼집을 구하면서는 “누가 1억 원만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 복권을 살 때는 “3억 원만” 하고 바랐다. 끝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 끈덕진 작가는 소설로 숙원을 해결하기로 한다. 등장 인물인 다해, 은상, 지송의 계좌에 ‘큰돈’을 시원하게 꽂아주기로 한 것. “첫 장편소설을 구상하면서 ‘다해와 친구들에게 3억 원씩 나눠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소설이라 내 마음대로 줄 수 있으니 좋을 것 같았다.”(‘작가의 말’ 중에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세태를 반영한다. 코인 투자 붐이 일기 시작했던 2017∼2018년이 시간적 배경. 장 작가는 직접 암호화폐 투자를 한 적은 없지만, 세 인물의 매수매도액 등을 당시 실제 상황과 그래프에 기반해 썼다. 숫자 맞추느라 투자하는 것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중견 제과회사에 다니는 세 사람은 비공채 출신이라는 공통점에 인사평가는 매번 ‘무난’하다. 각자의 집안엔 이런저런 이유로 빚이 있다. 서로 ‘흙수저’라 자조하지만, 이것이 이들을 한배에 태우는 동력이 된다. ‘관짝’ 같은 고시원과 턱이 없어 현관의 흙이 방까지 침투하는 원룸을 탈출하는 일은 요원하다. ‘큰돈’은 어디에서 오는가. “난 이게 우리 같은 애들한테 아주 잠깐 우연히 열린,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해.”(102쪽) 연장자인 은상을 시작으로 세 사람은 차례차례 코인 열차에 올라탄다. 일확천금이니 ‘한 방’이니, ‘로또’를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5평, 6평, 9평짜리 세계를 벗어나기 위해, 월세와 이자가 없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 지금보다 1.2배 큰 방을 갖기 위해. “나는 1 말고 1.2를 원했다. 그 추가적인 0.2가 내게는 꼭 필요했다.”(73쪽) 만성화된 저성장과 세습 자본주의, 낙담과 포기가 삶이 된 주인공의 작은 꿈이 오늘날 한국 사회 젊은이의 초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장 작가는 “최소한의 것에서 아주 조금, 아주 약간의 여유를 원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0.2만큼의 비빌 언덕을 만들어주고자 이들을 코인 열차에 태운 소설은 두려움 없이 달린다. ‘돈’을 소재로 한 많은 소설이 종국엔 씁쓸하게 마무리되지만, 이 소설은 반대다. 흙 씹은 것처럼 텁텁한 세 사람의 삶에 큼지막한 사탕이 한가득 내린다. 그렇다 해도 ‘달까지’라니. 아폴로호도 아니고, 달이 아무나 가는 곳이던가. 공허하게 들리던 제목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씩씩한 음성으로 바뀐다. ‘가자’도 아니고, ‘가즈아!’에 가깝다고 할까. 세 사람이 ‘떡락’과 ‘떡상’의 풍파를 겪고 ‘존버’의 모험을 감행하는 동안 하이퍼리얼리즘이라 불리는 ‘장류진 월드’가 펼쳐진다. 또래 세대의 현실을 가져와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하는 그것 말이다. 일상의 감각을 잘 녹여낸 소설은 내 얘기처럼 친근하다. 눈물 나게 짠한 직장 생활 묘사는 더 강력해졌다. 쿡 찔리고도, 웃음이 쿡 나는 대사도 여전하다. ‘얘네 잘 되면 좋겠다’와 ‘얘네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야?’라는 응원과 걱정의 마음을 동시에 안고, 독자들도 읽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탄다. “야, 돈맛 좋다아!” 하고 외칠 때까지. “우리는 격동하는 그래프 위에서 내려와 평지에 발을 디뎠다. 그제야 비로소 어지럼증이 몰려왔다.”(298쪽)

장 작가는 “이야기가 끝까지 달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했다. “소설 속에서만큼은 이들에게 좋은 걸 주고 싶었어요. 설탕을 잔뜩 굴려서 내놓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런데 현실에선 다른 그 누가 인생을 친절하게 설탕에 굴려주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해피엔드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대체 얘네들이 얼마를 버는데, 어디까지 가는 건데. 궁금하면 일단, 탑승하시라. 아, 코인 말고 소설에 말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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