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회장의 ‘배려있는 자본주의’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미래에셋을 창업한 후 10개월이 지난 시점인 1998년 1억 원을 출자해 미래에셋 육영재단을 만들었고, 2000년 75억 원을 들여 박현주재단을 세웠다. 꼬박 이틀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돈 욕심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사실 재단을 세우겠다고 하니 돈을 더 번 다음에 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크지 않은 회사가 왜 건방을 떠느냐는 주위의 충고도 있었다. 하지만 사회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에 결심을 굳히니 마음은 이내 홀가분해졌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자서전에 쓴 내용이다. 자기자본이 300억 원밖에 되지 않는 기업이 자본금 4분의 1에 가까운 돈을 들여 사회공헌재단을 세운 후 미래에셋 인재육성사업은 올해로 21년째 이어지고 있다. 경제 교육과 장학사업으로 이뤄진 인재육성 프로그램의 누적 참가자는 지난 3월 말 기준 33만 명에 육박한다. ‘젊은이들의 희망이 되겠습니다’란 기치 아래 시작된 장학사업은 국내외 학생들을 지원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장학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재단 재원의 20∼30%는 박 회장의 배당금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08년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2010년부터 배당금 전액을 청춘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까지 박 회장이 기부한 배당금은 총 250억 원에 달한다. 그렇다고 연봉이 다른 금융사 대표들에 비해 많은 편도 아니다. 박 회장의 연봉은 9억 원 수준이다. 심지어 미래에셋그룹에서 연봉 순위가 10위권 밖이다. 상여금도 받지 않는다. 그는 이익을 회사에 유보해 자기자본을 늘려 기업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우량 자산을 고객에게 제공, 궁극적으로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덕에 현재까지 총 9641명의 학생이 지원을 받았다. 국내 장학생 3578명, 해외교환 장학생 5817명, 글로벌 투자전문가 장학생 122명 등이다.

박 회장은 올바른 투자 문화를 이끌어 ‘건강한 자본주의’를 안착시키는 게 한국에서 성장한 미래에셋그룹의 역할 중 하나라고 여긴다. 그가 연구소에 힘을 싣는 이유다. 미래에셋은 2004년부터 투자교육연구소와 퇴직연금연구소를 운영했고, 2013년 두 연구소를 은퇴연구소로 통합했다. 2020년엔 ‘투자와연금센터’로 재출범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연구, 교육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센터는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고객들에게 깊이 있는 투자와 연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와 연금 TV’ ‘투자와 연금 팟캐스트’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 자산을 글로벌로 분산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해외 투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담고 있는 잡지 ‘세이지 인베스터’도 발간 중이다. 그간의 노하우가 담긴 4000개가 넘는 자료는 모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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