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로 뛰며 진두지휘
창업 시절 직접 기자실 돌며 홍보 나서
지금도 수행비서 없이 솔선수범 리더십
- 해외서도 승부수
해외진출 16년… 15개국에 34개 법인
골드만삭스 · 메릴린치 등에 ‘선전포고’
- 허심탄회한 소통
지난 1월 유튜브 ‘투자미팅’ 깜짝 출연
유능한 인재에게 자리 주고 전권 맡겨
- 책으로도 소통
‘플랫폼 혁명’‘제3의 물결’ 등 독서 독려
올해초 임원들에게 ‘노화의 종말’ 추천
‘샐러리맨 신화’‘자수성가형 CEO’‘은둔의 구루(스승이란 뜻의 산스크리트어로 정신적 지도자를 의미)’. 박현주(63) 미래에셋그룹 회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1986년 동원증권에 입사한 박 회장은 4년 6개월여만인 서른둘의 나이에 전국 최연소 지점장으로 발탁됐다. 전국 1등 점포를 만든 뒤에는 5년 만에 본부장 자리에 앉으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존 투신사들에 대한 불신이 고조됐던 당시 그는 거꾸로 ‘투명한 자산운용’을 내걸었다.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는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서른아홉, 7명의 직원과 자본금 100억 원 규모의 투자자문사를 창업하며 CEO로 변신했다.
박 회장은 2016년 미래에셋대우 출범까지 18년간 업계 1위 대우증권을 집어삼킬 정도로 회사를 일궜다. 청년 박현주가 불도저 리더십을 발휘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면, 이제 자산 603조 원을 굴리는 큰손이 된 60대의 박현주는 스승의 리더십으로 조직 뒤에서 묵묵히 영토 확장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해외에서 승부수…발로 뛰며 진두지휘 = 지금도 박 회장은 스케줄을 확인해 주는 스케줄 비서만 있고 수행 비서는 없다. 그만큼 자신이 직접 발로 뛰는 솔선수범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가 1997년 미래에셋을 창업할 때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는 것부터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유치하고 고객들에게 홍보물을 직접 돌렸던 경험에서 우러나왔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은 창립 6년만인 2003년 홍콩 자산운용사 설립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해외에 눈을 돌렸다. 박 회장은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글로벌 회사들을 향해 선전포고하고 “실패하더라도 사람은 남는다”는 생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래에셋은 해외 진출 16년 만에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15개 지역에 34개의 법인 및 사무소를 내는 쾌거를 안았다. 인도네시아법인은 현지 업계 최초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시하는 등 최초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박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매년 5∼6개월은 세계 각지 영업점을 직접 찾아다니며 글로벌 시장을 진두지휘해왔다. 그 결과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해외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36개국에서 1700개 이상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평범한 상장지수펀드(ETF)를 넘어서자’는 캐치프레이즈로 뛴 결과 2011년에는 캐나다 ETF 운용사인 호라이즌, 2018년에는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를 인수하며 사세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베트남과 영국에도 ETF를 상장했다. 박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래에셋이 연금 강자로 우뚝 선 것도 박 회장의 선견지명 덕분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수탁액은 모두 업계 1위다. 전체 연금펀드 시장 점유율이 25%를 넘는다. 미래에셋이 업계 최초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마케팅본부를 각각 신설하는 등 연금시장 공략에 선도적으로 나선 산물이다.
◇허심탄회 소통…“직원을 믿는다”= 박 회장의 수평적 소통 스타일은 지난 1월 유튜브 깜짝 출연에서도 드러났다. 미래에셋 유튜브 채널 ‘스마트머니’에 공개된 ‘박현주 회장과 함께하는 투자미팅’은 리서치센터장, 각 산업 분야 분석을 맡은 연구위원과 가감 없이 의견을 교환하는 박 회장의 평소 모습을 보여준다. 박 회장은 2017년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 자리에 앉기 전에는 2년에 한 번씩 직원들에게 편지를 작성했다고 한다.
현재는 박 회장이 해외 경영 구상에 집중하고 국내 경영은 각사에 맡기는 체제기 때문에, 직원들과 수시로 콘퍼런스 회의를 통해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한다.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서점을 찾는다는 ‘독서광’ 박 회장에게 책은 또 하나의 소통 창구다. 박 회장은 측근들에게 “나를 키운 건 8할이 독서”라고 말하곤 한다. 그가 올해 임원들에게 추천한 책은 ‘노화의 종말’이다. 이외에도 ‘플랫폼 혁명’ ‘제3의 물결’ 등 미래를 함께 생각할 만한 책을 추천하며 같이 읽자고 독려에 나서는 편이다. 박 회장은 평소 따뜻한 리더십을 보이면서도 정에 얽매여 일을 그르치면 안 된다는 원칙으로 임원들과 절대 일대일 식사자리를 갖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미래에셋그룹의 결재서류에서도 박 회장의 인재 운영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여느 기업 CEO와 달리 결재서류에 회장란을 따로 두지 않는다. 박 회장은 평소 “유능한 사람을 뽑아 자리에 두고 전권을 주는 게 내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에서 실무를 결정할 권한을 갖고 실행을 하는 존재는 대표이사지 회장인 내가 아니다”라는 지론으로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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