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행태는 검찰 간부로서 엄정한 자세는 고사하고 검사(檢事)로서의 기본 자질조차 의심케 할 정도다. 그런 사람이, 정권의 압박에 버티다 어쩔 수 없이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국민과 법치에 대한 모독도 된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4차례나 수원지검의 소환에도 불응하다가 지난 17일 뒤늦게 출두해 9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 ‘황제 조사’를 받고 검찰로 재이첩된 뒤에도 소환에 불응하더니 검찰의 기소 방침이 흘러나오자 부랴부랴 나온 것이다.

검찰 간부이면서 수사에 협조하긴커녕 온갖 꼼수로 훼방하고, 기소 직전에 조사 받은 것도 문제인데, 변호인을 통해 A4용지 6쪽 분량의 입장을 발표했다. 검찰 간부가 아니라 대통령을 지낸 사람도 ‘수사에 성실하게 임했다’는 식으로 간략한 입장을 밝히고 법정에서 사실과 법리를 다툰다. 이 지검장 혐의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장문의 입장문 발표를 정상으로 보기는 힘들다. 수원지검이 어지간하면 ‘친정권 실세 검사’를 기소하겠다고 하기 힘들 것이다. 현 정권이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검찰개혁의 주요 내용으로 내세우는 것과 대비된다.

입장문에서 그는 검찰 조사를 꺼린 이유를 ‘사건의 배당과정 및 수사 방향, 계속적인 언론 유출 등을 이유로 조사가 검사들 간의 내부 다툼으로 해석되기도 했다’면서 수사가 검찰총장이 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내부 알력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또, 뒤늦게 관련 검사들과 대질도 요구했다. 시간을 끌어 기소를 늦추고, 청와대엔 무혐의를 알려 총장 임명의 명분을 주겠다는 행동으로 비친다. 사실을 왜곡하고 유리한 것만 공표하는 ‘정치 선동’에 나선 것은 아니냐는 의심까지 부르는 이유다.

검찰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직후 기소할 만큼 충분한 증언·증거를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을 신뢰하지도 않은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부터 블랙코미디다. 이미 공수처 셀프 이관 요구 등으로 많은 물의를 빚었다. 법치 농락이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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