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청, 날림 출금문서 파악
되레 반성문 같은 경위서 제출

“수사 말라” 외압 의혹 이성윤
檢총장 보고 수정지시 정황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의뢰로 시작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정보 유출 의혹’ 수사가 애초부터 ‘보여주기 용도’였다는 정황이 2년이 지나서야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박 전 장관의 수사 의뢰를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과 진술이 속속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차기 유력 검찰총장 후보인 이 지검장과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장인 박 전 장관이 연루된 의혹인 만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의 조사를 받은 핵심 사건 관계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2년 전 박 전 장관의 수사 의뢰로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지휘를 받으며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정보유출 의혹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안양지청 수사팀은 박 전 장관 수사 의뢰와 전혀 다른 물증과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차관을 상대로 국가가 출국금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또 출국금지 과정에서 허위 사건번호가 기재되고 문서도 날림 작성된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핵심 인물인 당시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검사에 대한 비위를 수원고검에 보고, 수사해야 한다는 게 당시 안양지청 수사팀과 지휘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 지검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 소속 검사들의 연락을 받은 후 안양지청 지휘부의 입장은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이 검사에 대한 비위 사실은 수원고검에 알리지 못했고 관련 수사도 진행할 수 없었다.

안양지청 수사팀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입증할 물증과 진술을 확보했지만, 오히려 반성문 같은 경위서를 제출해야 했다. 수사팀은 법무부 출입국본부 직원을 불러 조사하던 중 김모 서기관과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는데, 그는 “이것을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며 오히려 항의했다고 한다. 이후 수사팀은 김 서기관과 통화한 이유에 대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경위서를 제출했다. 이 경위서는 법무부 검찰국으로 넘어갔다.

애초부터 박 전 장관 의뢰에 대한 수사결과는 예견됐다. 안양지청 수사팀은 김 전 차관 측에 출국금지 정보가 흘러나간 어떤 정황도 확보할 수 없었다. 특히 수사결과 보고서에도 대검 반부패강력부 요구로 원안에 없던 ‘서울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 사실이 확인돼 더 이상의 진행 계획 없음’ 문장을 추가해야 했다. 수정된 보고서는 이 지검장을 거쳐 문무일 전 검찰총장에게 보고됐다. 김 전 차관 등에 대한 출금 정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은 법무부 공익법무관과 공무원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지검장 변호인은 이날 “지난 18일 입장문에서 밝힌 것처럼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등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재차 언론에 밝혔다.

윤정선·이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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