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부채 늘자 ‘별개개념’강변
연금지급위해 세금충당 불가피
이미 현실화된 부채…관리 필요


정부가 ‘국가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를 ‘국가채무’와 떨어뜨려 놓으려고 안간힘이다. 이미 확정된 국가채무와 비확정부채인 연금충당부채를 합해 ‘나랏빚’이라고 평가하는 데 대해 “왜곡”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과 달리 연금충당부채는 이미 일정 수준 현실화된 부채란 점에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가 기술적인 측면에만 집중해 재정 위험 요인을 외면한다면, 재정 관리에 맹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가 연금충당부채를 국가채무와 별개의 개념이라고 강변하는 이유는 지난해 국가부채 1985조3000억 원 중 연금충당부채가 1044조7000억 원으로 절반이 넘는 52.4%의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연금충당부채가 직전 해에 비해 100조 원 넘게 늘어나며, 연금충당부채를 합한 국가부채는 2000조 원에 육박하게 됐다. 연금충당부채란 공무원·군인 연금의 현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장기에 걸쳐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정부는 2011년부터 발생주의 회계 도입에 따라 연금충당부채를 국가부채에 포함해 회계장부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연금 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지출액만 추정한 금액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확정부채인 국가채무와 합산해 나랏빚이라 칭하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는 20일 통화에서 “지급 시기만 미뤄둔 것이지 이미 국민 세금으로 일정 부분 충당이 불가피한 연금충당부채를 확정부채가 아니란 이유로 제쳐 두면 재정 관리에 맹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금충당부채는 일정 부분 확정적인 부분도 가미돼 있다. 예를 들어 10년차 공무원의 경우,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 근무예상기간인 30년치가 아닌, 현재 근무해 연금 지급이 확정된 10년치 부분만 들어간다. 그는 “해당 공무원에게 투여될 연금 지급액은 이미 현재의 연금충당부채에 계산돼 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지난해 연금충당부채의 경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할인율 하락(2.99%→2.66%)으로 70조9000억 원 늘어나는 등 재무적 요인에 의해서만 86조4000억 원이나 증가했다고도 강조한다. 그러나 그 전해인 2019년엔 재무적 요인에 따라 연금충당부채가 4조3000억 원 느는 데 그쳤다.

기재부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3개국만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해 국가부채를 계산한다고 강조한다. 국가부채를 고려할 때 필수적인 개념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13개국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회계 선진국’들이 포진돼 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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