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만 은행실명계좌 틀어 영업
금융권 “100여개 거래소 중
9월 살아남을 곳 손가락 꼽을것”


오는 9월 말 100여 개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상당수가 무더기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에 따라 거래소의 검증 역할을 하게 된 시중은행이 만일의 금융사고 책임에 대한 부담 탓에 심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법이나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는 거래소의 갑작스러운 폐쇄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은 거래소들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아 신고 절차를 거쳐야만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은 거래소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거래소의 위험도, 안전성, 사업모델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 결과를 토대로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결국 거래소의 검증 책임이 은행에 주어진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을 통해 5∼6개 거래소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상담을 받았는데 솔직히 본격적으로 위험 평가를 진행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시스템이 열악한 업체들이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19일 암호화폐를 활용한 자금세탁, 사기 등 불법행위를 막겠다고 관계부처 합동 특별단속 방침을 발표하면서 은행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정확히 모두 몇 개인지 통계조차 없지만 관련 업계에선 100여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NH농협·신한·케이뱅크 등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단 4곳뿐이다. 이들을 제외한 거래소들은 절박한 심정에서 상대적으로 검증이 덜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에 입출금계좌 발급 신청을 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9월 말 이후 살아남을 거래소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일 것이란 불길한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거래소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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