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vs 서방국가 新냉전 맞이하나
우크라이나 공급할 무기 보관한
체코 탄약창고 폭파는 러의 테러
체코, 사건 7년 지난후 대응 나서
푸틴 궁극목표, 러시아 제국 건설
‘에너지 수송로’ 우크라 정복 나서
최근 친서구화 움직임에도 제동
러, 국경에 군병력·전투기 집결
실제 군사침공 감행 우려 고조
내부 반정부세력 단속용 분석도
#2 2018년 3월 초 영국 공항에 내린 두 남성. 이후 같은 달 4일 영국 솔즈베리에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중태에 빠졌다.
위 사건에 등장하는 두 남성은 동일인물이다. 용의자로 지목된 러시아 국적의 알렉산더 페트로프(왼쪽 사진)와 루슬란 보시로프(오른쪽). 본명은 알렉산드르 미시킨, 아나톨리 채피가. 러시아 연방군 총참모부 정보총국(GRU) 소속 공작원이다. 7년의 세월이 흘러 지난 17일 체코 당국은 탄약 창고 폭발이 ‘사고’가 아니라 ‘테러’라고 규정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는 이 두 남성을 용의자로 발표하면서 “자주국인 체코는 이 같은 전례 없는 사건에 대응할 것”이라며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18명을 추방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체코가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적이 있지만 한꺼번에 10명 넘게 내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의 외교관계 단절 수준이다. 이에 러시아도 자국의 체코 외교관 20명을 맞추방하면서 러시아와 체코의 갈등은 이제 러시아 대 서방국가들의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체코 등 외교관 맞추방…핵심은 우크라이나=왜 러시아 정보기관 공작원이 체코의 창고를 폭발시켰을까. 그 의문의 답은 우크라이나에 있다. 당시 창고에는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를 공급하던 에밀리안 게브레프에게 전달될 무기들이 보관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가 공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폭파 공작을 벌인 것이다. 게브레프도 2015년 5월 불가리아에서 독살됐다. 서방국들은 게브레프 독살에도 러시아 정보기관이 관여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근 들어 러시아의 은밀한 첩보 및 테러 활동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달 초 이탈리아에서는 해군 고위관료가 러시아 요원에게 기밀문서를 넘겨준 사실이 적발됐고, 2019년에는 전 체첸 반군 사령관이 대낮에 베를린 공원에서 살해당했다. 러시아의 스파이 조직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냉전 시대 이후 러시아가 이렇게 활발히 움직인 때는 없었다”고 말한다. 런던 칼리지의 마크 갈레오티 교수는 “러시아 정보계는 지금 전시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면서 “자신들이 세계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위해 실존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갈레오티 교수는 “2014년이 터닝포인트였다”고 밝혔는데, 2014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어 우크라이나 병합은 ‘러시아 제국 건설’이라는 야망의 가장 큰 목표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독립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부정해온 이유다. 유럽연합(EU)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인 미콜라 토치츠키는 “푸틴의 궁극적인 꿈은 우크라이나를 정복하는 것”이라면서 “러시아 제국의 복원은 우크라이나 없이는 결코 완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및 흑해와 인접한 국가로 옛 소비에트 연방 소속 국가 중에서 인구·경제 규모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크다. 러시아로서는 흑해로 나아가는 항구이자 에너지 수송로이며, 안보 측면에서도 서방의 세력 확장을 막을 수 있는 전략적 보루다. 이런 우크라이나가 최근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등 급속히 친서구화하는 것을 푸틴은 지켜볼 수 없었던 것이다.
◇러시아의 ‘의도적’ 군사적 긴장 고조까지…실제 침공·국내정치용 등 분석 엇갈려=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내 군사적 긴장도 고조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3월 중순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최소 3번의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우크라이나 국경과 크림반도 등지에 15만 명 규모의 군 병력과 전투기 등을 집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바스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 간 싸움은 1월 말부터 격화되고 있다.
이를 둘러싼 의견은 분분하다. 푸틴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공세를 시작할 거라는 의견과 ‘보여주기용’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러시아의 정실 자본주의’ 저자인 안데르스 애슬룬트는 “모든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침공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보다 국내적 이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알렉세이 나발니 등이 촉발한 반정부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으로,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 올해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테스트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런던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원의 선임연구원 패브리스 포티에는 “푸틴이 바이든과 다른 유럽 국가들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의 대러 정책이 실제로 무엇인지 테스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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