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어느 날 제주 한림읍의 들에서 돌담을 만났습니다. 검은색 현무암을 쌓아 올려 만든 밭담이 보리 이삭을 보호하듯이 에둘러 안고 있습니다.

제주 밭담은 어떻게 거센 해풍과 태풍을 견뎌내며 천년 가까이 아무 일 없었던 듯 저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요?

답은 ‘바람과의 소통’이랍니다. 밑돌 두 개 사이에 윗돌을 올려 층층이 쌓으면 밑돌이 받는 힘이 분산되고 구멍 사이로 바람이 통과하면서 힘을 줄인 채 담을 넘어가기 때문이죠. 제주 밭담의 역할은 밭의 소유권을 분명히 해주는 것 외에도 거센 바람으로부터 토양의 유실을 막고 말이나 소의 침입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해 줍니다. 이러한 다양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밭담을 다 이으면 길이가 약 2만2000㎞로 지구의 반 바퀴 길이라고 합니다. 쉬멍놀멍 제주 밭담길을 걸으며 ‘바람과의 소통’을 느껴보는 것도 분명 멋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사진·글 =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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