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차익거래’ 공세 왜?

中, 세계 채굴량의 80% 차지
계좌 개설 쉽고 감독도 없는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노려
‘김프’ 이용한 차익거래 용이


한국 암호화폐 시장이 차익거래를 노린 중국 세력에 농락당한 배경에는 거래소 거래를 위한 계좌 개설이 손쉽고, 금융당국의 통제가 없으며, 다른 나라보다 암호화폐 가격이 훨씬 높은 ‘김치 프리미엄’까지 누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실명 계좌로 거래하는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에 불과하다. 200여 개로 추정되는 나머지 거래소는 실명 계좌가 필요 없다.

다른 거래소들은 통상 거래소에서 법인계좌 하나를 은행에 트고 그 계좌에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입금하는 이른바 ‘벌집계좌’ 방식을 활용한다. 한 계좌에 많은 투자자의 투자금이 모여있어 벌집계좌라고 불린다.

금융당국은 물론 은행은 벌집계좌로 몰려든 투자자들의 입금 내역까지만 알 수 있고 암호화폐 투자 현황은 전혀 확인할 수 없다. 중국 불법 거래소 등에서 암호화폐를 사 국내 거래소로 옮긴 후 팔아 ‘김치 프리미엄’을 얻는 차익거래 자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자금세탁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그나마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개정돼 이들 거래소는 9월 24일까지 실명 거래 준비를 마친 후 금융위원회에 신고를 해야 한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중국 세력들이 한국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비트코인에 시세조종을 해서 일부러 김치 프리미엄을 만들어 이익을 얻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한국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많아 들키기가 쉽지 않고 별도 규제도 없는 데다 결제 시스템 인프라는 선진적이어서 중국 세력들이 많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2017년 기준 채굴 기업 상위 13개는 전 세계 채굴의 약 80%를 차지하는데, 이 가운데 10개사가 중국 기업이다. 중국 채굴 기업의 점유율을 합치면 전 세계 채굴의 68%를 구성한다.

특히 앤트풀과 BTC.TOP이라는 상위 2개 회사가 중국 내에서 약 50%(전 세계 3분의 1)의 점유율을 나타낸다.

중국 차익거래 세력의 공세에도 특금법 개정 외 금융당국의 조치는 전무하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다”라는 기조로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많은 사람이 투자한다고 해서 보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루에 20%씩 급등하는 자산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더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법이나 제도가 허술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9월까지 등록이 안 되면 200여 개의 가상화폐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9일에야 원론적 차원의 범정부 특별단속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암호화폐에 세금을 걷으며 암묵적으로 상품 성격을 규정했으면서도 아무 가치가 없는데 왜 투자자를 보호하냐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자금세탁 문제까지 번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더 강화된 외환관리법 규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결국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들이고 거래소마다 일관된 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것만 해도 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고, 변동성이 줄어들면 암호화폐 광풍도 자연스레 잠재워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민정혜·김보름·송정은 기자
민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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