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거래 공정화법’ 주도
방통위선 ‘이용자보호법’ 추진
비슷한 내용인데도 조율안돼
각각 다른 상임위서 심사할듯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두 부처가 각각 주도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각자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따로 심사되는 촌극을 빚을 전망이다. 온라인 플랫폼 거래 규율을 둘러싸고 긴밀하게 조율해야 할 두 기관이 밥그릇을 놓고 벌이는 주도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란 평가다.

23일 국회 및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오는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방통위가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공정위가 제안하고 국무회의를 통과했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은 앞서 정무위 소위에 상정됐고, 지난 22일엔 공청회도 진행했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부처 사이에 조율되지 않고 각각의 상임위에서 심사가 진행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공정위와 방통위 간 온라인 플랫폼 거래 규율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국회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법 모두 배달앱, 숙박앱 등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를 규제·규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만 공정위 주도안은 플랫폼과 주로 자영업자들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간 관계를 규율하는 반면, 방통위 주도안은 이용자(소비자)-플랫폼, 플랫폼-플랫폼 이용사업자 모두를 규율한다. 무엇보다 두 법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 권한을 누가 갖느냐다. 공정위 주도안은 규제 권한을 공정위가 가지는 반면, 방통위 주도안은 방통위가 그 권한을 가진다. 두 부처의 밥그릇 싸움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관계자는 “부처 간 조율되지 않고,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각각 다른 상임위의 심사를 받는 것은 보기 힘든 광경”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법안의 자구수정만 할 수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두 법안이 모두 올라오더라도 어떤 법안이 우선인지 판단할 순 없다”면서 “두 부처 간 협의해서 하나의 법안만 올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공정위가 주도하는 전자상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해서도 지난 15일 검토의견서를 제출, 81개 조항 중 8개 조항에 이견을 내며 반박한 바 있다. 해당 법의 적용 범위를 온라인 서비스 전체로 확대하지 말고, 판매·중개에 한정해야 한다는 게 방통위의 핵심 논리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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