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재심 ‘주의적 경고’

“소비자 보호명분 수위 낮췄지만
금융사에 족쇄 될 수도” 우려


라임 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CEO가 사전에 통보된 중징계를 면했다. 징계권을 쥔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대가로 한 제재 감경 규정으로 금융사에 목줄을 채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3일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 대표인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주의적 경고’ 상당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사전 통보한 문책 경고보다는 한 단계 떨어진 징계 수위다. 신한은행의 소비자 피해 구제가 이번 감경 사유로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진 행장은 이번에 문책 경고를 면하게 되면서 3연임 또는 금융지주 회장 도전의 가능성을 남겨두게 됐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역시 사전 통보보다 한 단계 낮은 ‘주의’의 경징계가 결정됐다.

이번 제재심의 쟁점은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을 물어 CEO 중징계까지 할 수 있는지였다. 당초 금감원은 조 회장과 진 행장에게 주의적 경고와 문책 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라임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의 불완전판매와 금융사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 규정을 위반했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지주사 회장까지 징계로 엮는 건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다. 출구전략을 모색하던 신한은행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라임 크레딧인슈어드(CI)펀드에 대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최대 80%)을 수용하기로 했다.

금융사의 소비자 보호 노력이 인정돼 제재 수위가 감경된 것은 라임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후 두 번째다. 금감원은 지난해 2월 금융사 제재 때 금융소비자보호처장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같은 해 5월 ‘금융거래자의 피해에 대한 충분한 배상 등 피해 회복 노력 여부’를 제재 수준을 정할 때 고려할 사유로 추가했다. 이 같은 제도 개선은 금융사고가 발생한 후 금융사가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사태를 수습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일각에선 소비자 보호를 명목 삼아 금융사 CEO에 목줄을 채우려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CEO 징계권으로 소비자 보호 명목도 얻고, 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론도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보름·민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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