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한국문학팀의 김화진(왼쪽), 정기현 편집자. 출판사 직원의 일상과 편집자의 일을 보여주는 유튜브 방송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2일 민음사에서 만난 두 편집자가 자신들의 개성과 취향, 그리고 열정이 담긴 책을 들고 웃고 있다.   김동현 인턴기자
민음사 한국문학팀의 김화진(왼쪽), 정기현 편집자. 출판사 직원의 일상과 편집자의 일을 보여주는 유튜브 방송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2일 민음사에서 만난 두 편집자가 자신들의 개성과 취향, 그리고 열정이 담긴 책을 들고 웃고 있다. 김동현 인턴기자

■ 민음사 유튜브 채널 스타… 김화진·정기현 편집자

유튜브서 직장풍경·편집자 일상 소개로 ‘화제’
“책 속에 있으면 일상의 지난한 문제서 멀어질수 있어”
‘재미있는일 해보자’ 의기투합… 새 에세이 시리즈 론칭
‘일기시대’·‘오늘의 섬을…’서 작가의 진솔한 삶 담아


“책이 주목받을 수 있다면, 책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좋아서 했을 뿐인데, 그걸 또 보고 좋아들 해주시니까…, 하하.”

연예인도 전문 유튜버도 저자도 아니다. ‘덕질’ ‘팬질’ 부르는 출판사 직원. 들어봤는지. 유튜브 채널 민음사 tv의 최고 스타 김화진(29)·정기현(29) 편집자다. 한국문학을 아끼는 동갑내기 두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는 소소하다. 출판사라는 직장 풍경과 편집자의 일상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서로 좋아하는 책도 추천한다. ‘최애’(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초대해 팬심 가득한 질문도 던진다. 그 속에서 두 사람의 같은 듯 다른 취향과 성격이 만담 콤비의 그것처럼 유머러스하게 드러나는 게 인기 비결. 20∼30대 문학 독자들 사이에선 이미 ‘셀럽’이다. 평소 “재미있는 걸 해보자”고 자주 이야기한다는 두 사람. 그 열정으로 또 ‘일’ 하나 쳤다. 민음사의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 ‘매일과 영원’을 론칭하고, 책 한 권씩 세상에 내놓았다. 문보영 시인의 ‘일기시대’(김화진 편집자, 이하 ‘김’)와 강지혜 시인의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정기현 편집자, 이하 ‘정’ ). 유튜브에 책 만드는 과정을 공개해 이목을 끈 두 사람을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만났다.


“책 속에 있으면 일상의 지난한 문제들에서 멀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문학은 영원한 것이죠. 하지만 실제 글 쓰는 사람은 ‘영원히 남을 문학’보다 그저 매일 쓸 수 있는 걸 쓴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매일’과 ‘영원’이라는 두 감각이 섞이는 게 문학이니까 시리즈 제목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김) “유튜브로 꽤 반응을 얻다 보니 종종 바깥의 소리에 흔들리곤 해요. 그럴 때마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건 우리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마음을 다잡아요. 문학 하는 사람들도 그런 마음일 테고…, 그렇게 ‘멋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신하고 싶었죠.”(정)

‘매일과 영원’은 작가들이 쓰는 자신의 문학론이다. 영원을 담은 매일의 글쓰기인 셈. 첫 책 ‘일기시대’는 시리즈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 문보영 시인은 자신의 일기를 독자에게 우편배달하는 걸로 유명한데 책은 그 일기를 닮았다. 매일 다를 것 없는 방을 그렸고, 양말이 떨어져 있거나, 창밖이 불나는 것처럼 보인다거나 하는 약간의 균열도 세세하게 기록했다. 김 편집자는 “문학론뿐 아니라 일기론까지 담은 책”이라며 “‘매일 쓴다’고 할 때, 어떤 날은 마음이 너무 아파 쓰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그저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감각으로 쓸 것이다. 문학을 사랑했던 순간, 쓰는 게 기뻤던 순간 등 습작기에서 등단기를 거쳐 시인기를 사는 모든 것을 담았다”고 했다. 김 편집자는 에세이 작업은 처음인데 시집이나 소설책과는 전혀 달랐다고 전한다. “삶과 일상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어서 훨씬 더 객관적 감각을 필요로 하더라고요. 편집자의 역할이 훨씬 커지고, 작가가 내게 오는 것만큼, 나도 작가에게 성큼 다가가는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두 사람이 좋아하는 책 속 구절을 낭독하는 모습, 글로 다 담을 수 없었던 인터뷰 현장은 문화일보 문화부 유튜브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책 속 구절을 낭독하는 모습, 글로 다 담을 수 없었던 인터뷰 현장은 문화일보 문화부 유튜브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는 강지혜 시인의 제주도살이를 중심으로 가족에 대한 기억, 습작노트 등이 어우러진 에세이다. 장녀로서의 책임감, 유년 시절의 아픔, 남동생에 대한 시 등 다양한 삶의 서사가 한 권의 책이 됐다. 시집을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유년시절의 아픔이지만 에세이는 씩씩하다. 정 편집자는 그런 시인에게 ‘용사’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고 한다. “강 시인 성격이 본래 그래요. 뛰어들 때는 주저함도 고민도 없죠. 그래서 그런 콘셉트로 책을 구성하자고 했어요. 삶을 하나의 영웅 서사로 두고 조력자, 역경, 구원자가 등장하는 흐름을 만들고 싶었죠.”

유튜브에서의 ‘쿵짝’을 잘 알기에, 서로의 책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도 궁금했다. 김 편집자는 “놀랐고 존경심이 생겼다”고 했고, 정 편집자는 “장르가 의미 없을 만큼 재밌었다”고 했다. “사실 편집자들의 크로스체크는 오탈자 보는 수준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그 긴박한 와중에 책 내용이 너무 잘 들어오는 거예요. 일기였다가, 시였다가, 소설이었다가…. 재기발랄한 시인과 편집자의 성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라고요.”(정) “기현 씨 책은 ‘저만 믿으세요’하고 작가를 이끈 게 너무 느껴져요.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편집자는 많지 않거든요. 유년시절로부터 온 작가의 감각이 책의 핵심인데, 그걸 잘 살려서 정말 좋은 책을 만들어 냈어요.”(김)

이렇게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책을 완성하고 나면 편집자와 저자는 어떤 사이로 남을까. 가족이나 친구 같은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두 사람은 “같은 기간 정말 열심히, 좋아하는 일을 함께한 끈끈한 ‘동료의식’이 남는다”고 했다. 이것은 그대로 두 사람의 관계이기도 하다. 함께 ‘매일과 영원’을 만들고, 유튜브 촬영을 하며 3시간씩 대화를 나누고(그런데 실제 편집본은 늘 10분만 나간다고), 재밌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의기투합해 일과 취미의 경계를 함께 무너트려 온 동지니까. 그렇게 두 사람이 만든 책이 읽히기를 바라본다. ‘매일, 그리고 영원히’.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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