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거행되고 있다.  TV조선 중계화면 캡처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거행되고 있다. TV조선 중계화면 캡처
시상자 나선 브래드 피트에
“드디어 만나… 어디 계셨나”

정이삭은 감독상 수상 불발


“경쟁이란 없어요. 제가 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제93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유머와 감동이 담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26일 오전 9시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진행된 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시상자로 나선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윤여정”이라고 호명하자 잠시 멈칫하던 윤여정을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스스로도 놀란 듯 입을 벌린 채 자리에서 일어선 윤여정은 단상으로 향하는 동안 다른 참석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면서도 긴장한 듯 연신 손바닥을 비볐다.

그동안 시상식마다 위트 가득한 수상 소감을 전했던 윤여정은 이번에도 ‘미나리’의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를 향해 “드디어 만나네요.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어요?”라며 “많은 외국인이 제 이름을 ‘윤여정’이라 하지 못하고 ‘여여’ 혹은 ‘정’이라고 하는데 모두 용서해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을 가다듬겠다”던 윤여정은 “난 경쟁을 믿지 않는다. 제가 어찌 글렌 클로스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는가”라고 되물으며 “제가 그냥 운이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 우리의 선장인 정 감독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설 수도 없었는데 감사드릴 분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그가 연기를 해야 하는 원동력이 된 두 아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가 “제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다. 두 아들이 저에게 일을 하라고 종용했다”고 하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기영 감독에 대한 특별한 인사도 전했다. 윤여정은 “나의 첫 번째 영화를 연출한 첫 감독님이다”고 소개한 뒤 “여전히 살아계셨다면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고 말한 뒤,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브래드 피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퇴장했다.

시상식에 앞서 윤여정은 단아한 네이비톤 드레스 차림으로 ‘미나리’의 또 다른 주역인 한예리와 함께 오스카 레드카펫을 밟았다. 통역사를 동행했지만 윤여정은 미국 ABC 등과의 인터뷰를 직접 소화했다. 그는 “어떤 수상 소감을 준비했냐”는 질문에 “네버(Never)”를 수차례 외치며 “나는 한 번도 그런 꿈을 꾼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떤 수상 소감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곁에 있던 한예리는 “꿈은 이루어진다”(Dreams come true)고 응원했다.

이날 정 감독의 감독상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다. 지난해 ‘기생충’으로 이 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통역사인 샤론 최와 함께 미국 돌비극장에서 감독상 시상자로 나섰다. 다섯 후보에게 “만일 길에서 어린아이에게 감독이란 직업을 20초간 설명한다고 하면 뭐라고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봉 감독은 ‘노매드랜드’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 감독을 호명한 후 그의 이름이 쓰인 수상자 카드를 카메라 앞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처음으로 개최된 이번 오스카 시상식은 안전에 각별하게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마치 디너쇼장을 연상시키는 둥근 테이블을 멀찌감치 배치해 거리두기 수칙을 지켰다. 오스카를 지켜보는 전 세계 팬들에게 유명 배우와 감독들의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본 시상식뿐만 아니라 레드카펫 행사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만큼 방역은 필수였다. 첫 시상 순서였던 각본상의 시상자로 나선 배우 레지나 킹은 “이번 오스카는 안전에 특히 신경 썼다. 백신도 접종하고 거리두기도 지켰다”며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는 마스크를 벗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다시 마스크를 쓴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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