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계 감독 클로이 자오(사진)가 연출한 ‘노매드랜드’가 작품상과 아시아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기생충’으로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을 휩쓴 봉준호 감독이 서울에서 녹화한 화상을 통해 감독상 시상자로 등장, 눈길을 끌었다. 봉 감독은 감독상 후보 5인으로부터 ‘감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받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엔 ‘기생충’ 통역으로 얼굴을 알린 샤론 최도 참석해 봉 감독의 말을 영어로 옮겼다.
자오 감독은 수상자로 호명된 후 무대에 올라 “일이 힘들어지면 어릴 때 중국에서 아빠와 함께했던 서로의 문장을 마무리 짓는 ‘시어(詩語) 게임’을 떠올리곤 한다”며 “아직도 기억하는 시의 구절이 있는데 ‘사람은 태어날 땐 선하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가끔 살다 보면 이를 믿기 어려운 순간도 있지만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선함’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믿음과 용기를 갖고 자신의 선함을 유지하는 모든 분에게 이 오스카상을 돌리고 싶다”고 감격을 표했다. ‘노매드랜드’는 경제 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여성이 홀로 밴을 타고 떠도는 이야기를 그렸다.
남우조연상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대니얼 컬루야에게 돌아갔다. 1969년 미국 정부에 암살당한 흑표당(블랙팬서) 리더 프레드 햄프턴을 연기한 컬루야는 “우리 흑인 공동체의 단합과 연합의 힘을 배웠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숨쉬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각본상은 ‘프라미싱 영 우먼’, 국제영화상은 ‘어나더 라운드’,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소울’, 음향상은 ‘사운드 오브 메탈’, 촬영상은 ‘맹크’, 각색상은 ‘더 파더’가 받았다. 단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른 한국계 미국인 에릭 오 감독의 ‘오페라’는 수상이 불발됐다.
TV조선을 통해 국내에 생중계된 시상식에선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방송인 안현모가 3년 연속 호흡을 맞췄다. 시청률 조사기관 ATAM 기준으로 평일 오전임에도 전국 시청률 7.88%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