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100년전 광란의 시대
20년전 닷컴버블과 비견할만”
불황속 급등…과거와 차이점


주식과 비트코인, 건축용 목재 등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시장이 거품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100년 전 ‘광란의 20년대(Roaring 20’s)’와 20년 전 ‘닷컴 버블’ 시기와 비견될 만하다”면서 거품 붕괴 등 대규모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WSJ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부터 가장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한 세계 주요국 증시는 현재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프랑스·호주 등의 대표 주가지수는 올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뉴욕증시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각각 23차례, 21차례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암호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도 최근 급락 직전에 사상 첫 6만 달러(약 6705만 원) 고지를 돌파했다. 심지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까지 폭등해 세계 각국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실물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목재 가격은 최근 역대 최고로 치솟았고, 미국의 주택 매매 건수는 부동산 거품 붕괴 직전인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리 가격 역시 이달 들어 7% 이상 상승한 상태다.

WSJ는 “이 같은 영화를 전에 본 적이 있는데, 미국이 경제 부흥기를 구가하다 대공황 시대로 접어든 이른바 광란의 20년대인 1920년대와 2000년 초반 닷컴 버블 사태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WSJ는 “이번 상황은 우리가 과거 겪었던 다른 어떠한 버블과도 다르지만, 당시와 현재 사이에 겹치는 신호도 많아서 상당수 투자자가 훨씬 더 광범위한 주가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자산 거품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향후 거품 붕괴 수순도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를 예측한 제러미 그랜섬은 WSJ에 “과거에는 경제 여건이 완벽에 가까울 때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치솟은 게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탄탄한 경제 성장이 견인한 호황기 당시에는 Fed가 금리를 올려 거품을 터뜨리는 역할을 자임했지만,현재 Fed는 “저금리가 자산 거품을 키운다”는 개념을 자체를 부인하면서 2023년까지 경기부양을 위한 ‘제로 금리’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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