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1년 아시아 최초 독일에서 209급 도입…한국 나가파사급 잠수함 3척 수출
지난 21일 53명을 태우고 훈련 도중 실종됐다가 본체 잔해가 세 동강 난 채 발견된 인도네시아 해군 잠수함 낭갈라(Nanggala·402)함 사고를 계기로 ‘수중병기’ 잠수함 사고 원인 규명과 선체 및 시신 인양 작업 등 후속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잠수함 함장 출신 잠수함 전문가 문근식 경기대 교수는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작업이 필요하며 현재로서는 폭발에 의한 침몰보다는 관통구 밸브 등의 노후화로 인한 침수에 의한 침몰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인도네시아 군 당국이 낭갈라함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이 잠수함이 건조 40년 이상 된 노후함정으로 드러나면서 잠수함 전문가들은 잠수함에 대한 창 정비 및 훈련의 중요성도 일깨워준다는 지적이다.
낭갈라함은 독일에서 아시아 최초로 도입된 209급 잠수함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에 후속 잠수함을 수출하고 있어 양국 간 잠수함 훈련 및 창 정비, 건조 등과 관련한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5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최근 잠수함 사고에 애도를 표했다. 국방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서 장관이 프라보워 장관에게 낭갈라 402 잠수함 사고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명하면서 인도네시아 측의 요청 시 적극 지원하겠다는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히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실종 직후부터 수백 명의 인력을 투입해 수색 작업에 나섰고, 수색 헬기와 군함 20여 척, 잠수함 두 척, 해저 광산 탐지선 등을 동원했다. 잠수함 실종 소식이 전해지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 등 주변국들은 잠수함 구조선을 급파했고, 호주는 수중 음파 탐지기 호위함을 보냈으며, 미국도 공수팀을 파견하는 등 세계 각국이 낭갈라함 구조에 나섰지만 이미 구조에는 실패했다.
◆낭갈라함 침몰 원인… 폭발보다 ‘노후 관통구 밸브 통한 침수’ 가능성에 무게
25일(현지시간) AF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도 마르고노 인도네시아 해군 참모총장은 이날 “낭갈라함은 세 동강 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선미·본체 등이 모두 분리됐고, 본체는 금이 간 상태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하디 타잔토 통합군 사령관도 “수색팀이 침몰한 잠수함을 발견했다”면서 “정확한 증거를 통해 낭갈라함이 침몰했고, 탑승자 53명이 모두 사망했다는 점이 확인된다”고 전했다. 낭갈라함은 지난 21일 오전 3시 25분쯤 발리섬 북부 해역에서 어뢰 훈련을 위해 잠수한 뒤 실종됐다. 탑승자는 49명의 승조원과 사령관 1명, 무기 관계자 3명이었다.
문근식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선체가 노후화하면 선체 외부로 통하는 관통구 밸브도 노후화돼 밸브 작동 과정에서 물이 들어올 수 있다”며 “침수가 순식간에 이뤄져 선내 기압이 높아지고 전원이 차단돼 함정은 암흑천지로 변하고 잠수함 조정이 불가능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불과 1∼2분에 불과해 손쓸 시간이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부 관통구는 어뢰발사관, 함교로 사다리로 이어지는 수직통로, 스노클 마스트 등을 일컫는다. 어뢰 훈련 과정에서 생긴 어뢰 오발 가능성에 대해 문 교수는 “어뢰 폭발 시 폭발에 의한 소음 청취 흔적이 드러나고 부유물이 물 위로 떠오르게 되는데 그런 흔적이 없다”며 “부유물이 발견되지 않아 다른 함정에 의한 폭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도 마르고노 인도네시아 해군 참모총장은 “낭갈라함은 세 동강 난 상태였다”며 “선미, 본체 등이 모두 분리됐다”며 “본체는 금이 간 상태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세 동강 난 상태가 정확한지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며 “잠수함의 압력 선체는 23㎜ 두께로 총알이 튕겨나갈 정도로 강도가 센 HY-80강으로 바깥 부분은 밧줄·홑줄 등 장비를 보관하기 위해 일반 FRP 재료를 사용한다”며 “해저 830m 수심에 침몰한다는 가정에서 이 섬유강화플라스틱(FRP)이 떨어져 나가 세 동강 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수심 850m 심해에 침몰해 선체 인양작업 난관… 시신 인양 시간 걸려
인도네시아군은 여러 나라의 지원 속에 헬기와 선박을 동원해 낭갈라함 수색 작업을 벌여왔다. 이날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모든 인도네시아인들은 이번 비극과 관련해 유가족에게 깊은 슬픔을 전한다”고 밝혔다. 앞서 타잔토 사령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침몰 증거인 기름 유출 흔적과 여러 잔해를 발견했다”며 “탑승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산소 비축량 지속 시한이 72시간이었는데, 오늘 새벽 끝나버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군 당국은 전날 수색 지점 반경 10㎞ 안에서 다수의 잔해를 발견했으며, 수중음파탐지기를 통해 해저 850m에서 잠수함 같은 물체를 감지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2017년 아르헨티나 잠수함은 수심 907m에 침몰해 아직도 인양을 못 하고 있다”며 “잠수부가 활동 가능한 수심은 250∼350m에 불과해 선체 인양은 현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신 인양작업과 관련해 우리 해군 잠수함 구조함인 통영함이 보유한 원격무인잠수정(ROV) 등 수중로봇을 심해로 투입해 조난 잠수함 위치 확인 및 선체 내부를 촬영한 뒤 시신 인양 작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낭갈라함 1981년 독일에서 도입한 40년 된 노후 잠수함… 대우조선해양이 창 정비 후 2012년 인도
사고가 발생한 낭갈라함은 1980년 독일에서 건조된 재래식 1400t 209급 잠수함이다. 우리가 독일 하데베사에서 도입한 209급 잠수함보다 약 10년 먼저 도입했다.
인도네시아는 1977년 독일에서 209급 2척을 주문하면서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 209급 잠수함 도입국이 됐다. 카크라(Cakra)급으로 명명된 잠수함은 독일에서 건조돼 1981년에 모두 취역했다. 1993년 1번 함 401 카크라, 1994년에는 2번 함 402 낭갈라함의 배터리와 전투 통제 시스템을 개량했다.
인도네시아는 2004년 카크라, 2009년 낭갈라함에 대한 대규모 현대화 계약을 우리 대우조선해양과 체결해 창정비를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체를 절단하고 장비를 분해 정비하고 전투 관리 체계, 레이더, 소나 등의 장비도 신형으로 교체했다. 카크라는 2006년, 낭갈라는 2012년 1월 인도네시아 해군에 인도됐다. 잠수함 창 정비는 평균 6년마다 한 번 정도 받으며, 인도네시아는 자체 창 정비 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와 2011년 12월, 209급인 1200t급 장보고급을 기반으로 제작된 1400t급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나가파사(Nagapasa)급으로 명명된 잠수함은 2012년부터 제작에 들어갔다. 첫 번째 잠수함 403 나가파사는 2016년 3월 진수식을 거친 후 2017년 8월 한국의 첫 번째 잠수함 403 나가파사함이 인도네시아 해군에 인도됐다.
한국의 2번 함 404 아르다데달리(Ardadedali)함은 2016년 10월 진수식을 거쳐 2018년 4월 인도네시아 해군에 인도됐다. 3번 함 405 알루고로(Alugoro)함은 한국에서 블록 형태로 제작됐고, 인도네시아 현지 조립 방식에 의해 올 초 인도됐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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