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4차 건강가정계획’

혼인·입양만 가족인정 민법 개정
자녀의 姓은 ‘부모협의’원칙으로
부계혈통 벗고 다양한 가족 인정
가정폭력의 ‘반의사불벌죄’ 폐지


자녀가 부모의 협의에 따라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고, 동거 커플이나 1인 가구도 법적 가족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논의를 정부가 추진하기로 하면서 기존 혼인과 출산을 기본 전제로 한 ‘부계중심사회’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이는 오는 2047년엔 1∼2인 소형가구 비중이 전체의 72.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혼인과 출산의 감소 등으로 인한 가족 구성이 지연되고 가족에 대한 가치관도 변화하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가 2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해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에 따르면 향후 가족유형에 따라 차별적 인식을 야기할 수 있는 출생신고 등의 제도가 대폭 개선된다. 우선 자녀의 성을 정할 때 아버지의 성을 우선하는 기존의 ‘부성우선’ 원칙은 부모가 협의해서 아버지나 어머니의 성으로 정할 수 있는 ‘부모협의’ 원칙으로 민법 개정이 추진된다. 민법에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아동을 ‘혼인 외의 출생자(혼외자)’와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로 구분 짓고 있는 것은 여가부가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 출생신고 시 혼외자, 혼중자 구분 없이 ‘자녀’로 통일하는 방침이 검토되고 있다.

미혼부의 출생신고도 요건이 완화된다. 출생신고를 원칙적으로 엄마가 해야 하며,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아기엄마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거주지 주소 등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만 가능했지만, 엄마의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비협조 등으로 출생신고하는 데 장애가 있는 경우 등을 포함해 신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여가부는 무엇보다도 향후 5년 동안 법적인 가족 범위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기존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뿐 아니라, 1인 가구, 비혼 동거 커플, 돌봄 공동체 구성원 등도 법적으로 가족 형태로 인정하고, 이들이 각종 사회제도에서 차별받지 않게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요구가 있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한다.

정부가 어느 선까지, 어떤 가족 형태까지 법적으로 인정할지는 추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갈등을 조절하고 협의하는 방식 없이 모든 문제 해결을 법으로 규정하다 보면 소송, 반소송 등 향후 사회적 혼란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가부의 계획은 민법 등 다른 부처 소관 법률 개정 문제와 연결돼 있어 당장 시행에 옮겨지기는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대적 변화’를 반영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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