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7 판문점선언 3주년

바이든과 달리 ‘톱다운’ 선호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아 “이제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남북 관계의 진전을 끌어내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판문점 선언의 실효성이 크게 약화됐고, 미·중 갈등 격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나고 한국의 외교적 고립만 자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시점에 남북 관계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남기려는 조급함의 발로라는 지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판문점 선언의 토대 위에서 불가역적인 항구적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며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설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미·북 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서 더욱 진전시켜 나간다면 그 결실을 바이든 정부가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한·미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정책을 두고 엇박자가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실무진부터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대북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물론 미·북 간에도 ‘톱다운’ 방식의 정상 간 대화를 통한 관계 복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과는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 복원에만 매몰돼 판문점 선언이 이뤄진 2018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주변 정세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정책을 총괄할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 위원회는 기존 녹색성장위원회, 국가기후환경회의, 미세먼지 특별위원회 등 3개 위원회가 통합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았던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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