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않고 SNS서도 삭제
과거 中 당국 비판이 원인인듯
네티즌 검열 피하며 수상 축하


26일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39·사진) 감독의 모국인 중국이 관련 정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정부의 검열망을 피해가며 수상을 ‘자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은 이 같은 소식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고 환추스바오(環球時報)만이 오후 늦게 관련 소식을 짤막하게 전했다. 밍바오(明報), 자유시보 등 홍콩과 대만 언론들이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바이두(百度) 같은 포털사이트나 웨이보(微報) 등 SNS에서도 관련 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웨이보에서 클로이 자오나 아카데미 감독상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할 경우 ‘관련 법, 규정, 정책에 따라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자오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수상을 축하했던 양어머니이자 유명 배우 숭단단(宋丹丹)도 이날 침묵을 지켰다.

전문가들은 2013년 자오 감독이 미 영화잡지 ‘필름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도처에 거짓말이 널려 있는 곳”이라고 비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 주된 원인일 것으로 지목했다. 또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필름 ‘두 낫 스플릿’이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중국 정부가 생방송 불가 방침을 내리는 등 아카데미상 관련 소식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중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아카데미상 관련 보도를 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국의 노력 속에도 중국계 감독의 수상을 자축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자오 감독의 이름을 거꾸로 쓴다든가 이름 대신 특정 이니셜을 쓴다든가, 이름 중간에 느낌표 등을 넣는 방법으로 중국 정부의 검열을 피해가며 자오 감독의 수상을 축하하는 것이다. NYT는 특히 자오 감독이 수상 후 언급했던 삼자경(三字經)의 ‘인지초 성본선(人之初 性本善·사람은 본래 선하다)’이란 문구가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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