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워너비 ‘타임리스’

맑은 날씨는 고기압의 영향, 천둥 번개는 기압골의 영향이다. 기상 캐스터의 단골 레퍼토리지만 노래채집가의 귀는 날씨만큼 언어에도 민감하다. 요즘은 일기예보를 넘어 정치뉴스, 방역뉴스에서도 영향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영향을 주면 받는 사람도 당연히 생긴다. 방탄소년단이 줄기차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더니 급기야 책 제목에도 등장했다. ‘영향력을 돈으로 만드는 기술’(박세인 지음) 표지만 보고 잠깐 의문이 생겼다. 영향력을 이용해서 돈을 번다는 말인가. 아니면 돈을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얘긴가. 물론 후자라면 제목을 ‘돈으로 영향력을 만드는 기술’로 정했으리라. 하지만 ‘나를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과 ‘돈으로 나를 움직이는 사람’이 같은 의미란 걸 감안할 때 이 제목은 끊어 읽기, 혹은 억양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보기가 될 수 있겠다.

주철환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주철환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음악동네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드라마나 영화가 노래 부활의 성지로 자리 잡은 지는 꽤 오래됐다. 박물관에서 잠자던 노래들이 최근에 기지개를 켰는데 바로 ‘놀면 뭐하니’(MBC) 영향이다. ‘어쩜 살아가다 보면 한 번은 날 찾을지 몰라/ 난 그 기대 하나로 오늘도 힘겹게 버틴걸’(SG워너비 ‘타임리스’ 중).

타임리스(Timeless)는 시간이 없다는 게 아니라 끝이 없다는 거다. 삶이란 게 그렇다. 욕심의 높이도 추락의 깊이도 끝이 없다. 놀랍게도 노래는 현실의 풍경과 절묘하게 겹친다. ‘난 참 기억력도 좋지 않은데/ 왜 너에 관한 건 그 사소한 추억들까지도 생각이 나는지’ 도대체 왜 그럴까. 단서는 도입부에서 밝힌 ‘그 기대 하나’에 농축돼 있다. ‘자존심일랑 삼켜줘’(Please swallow your pride)라는 가사가 포함된 빌 위더스의 노래 중에 ‘린 온 미’(Lean on me)가 있는데 핵심 문장은 이거다. ‘우리 모두는 기댈 사람이 필요하다’(We all need somebody to lean on).

중요한 건 기댈 사람과 기대할 사람의 차이다. 왼쪽에 기대감이 있으면 오른쪽엔 부담감이 놓인다. 균형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다. 한쪽엔 배신감과 실망감이, 다른 쪽엔 좌절감과 낭패감이 쌓인다. 그래서 시소에서 내려올 땐 타이밍과 예의가 중요하다. ‘너를 잊을 순 없지만/ 붙잡고 싶지만/ 이별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좋은 기억이라도 남도록 편히 보내 주는 일’(SG워너비 ‘타임리스’ 중).

노래를 부르는 건 결국 사람을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창법은 가수가 대중과 소통하는 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SG워너비의 막내 김진호는 연관검색어가 소몰이창법이다. 소를 몰 때 정말 그렇게 워우워우 울부짖을까. 진짜 그러면 소도 겁먹을 것이다. 그의 창법이 바뀐 건 가창력이 아니라 체력과 해석력이 달라진 거다. 좋게 보자면 강한 게 약해진 것이 아니라 독한 게 순해진 것이다. 그런 면에서 MSG워너비라는 이름도 어색하지 않다. 여전히 소몰이를 기대하는 팬들에겐 어떻게 화답할까. 어긋난 소통의 비유로 ‘소귀에 경 읽기’라는 게 있다. 소귀에 매일매일 성경이나 불경을 읽어주면 착한 소로 거듭날까. 이것 역시 기대는 것과 기대하는 것의 불일치를 말해주는 사례일 것이다. 소가 무슨 잘못인가. 소는 소로 족하다.

후배 PD 결혼식에 주례를 선 적이 있는데 축가를 SG워너비가 불렀다. ‘안녕 내 사랑 그대여/ 이젠 내가 지켜줄게요/ 못난 날 믿고 참고 기다려줘서 고마워요’(‘내 사람’ 중). 두 가지 이유에서 잊을 수가 없다. 첫째 노래가 감동적이었고 둘째 결혼식 순서가 특별해서다. 워낙 바쁜 나머지 주례사 하기도 전에 노래부터 부르고 황망히 식장을 떠났던 거다. (살인적 스케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때 주례는 눈으로 신랑 신부를 보며 화목을 빌었고 귀로는 SG워너비의 노래를 들으며 건강을 기원했다.

작가·프로듀서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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