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슈베르트

궁핍한 삶에 첫인사 “배고프다”
변변치 않은 음악 보조교사때
소녀와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먼길 떠나는 애잔한 심정 담아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 작곡
성공했지만 명성 못누리고 요절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1797∼1828)처럼 가여운 삶을 살다 간 작곡가가 또 있을까.

겨우 31세 나이에 요절한 ‘가곡의 왕’ 슈베르트. 그는 살아생전 이름이 알려진 작곡가가 아니었다. 평생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했기에 늘 궁핍한 삶을 살았다. 친구들을 만나면 “배가 고프다네”가 그의 첫인사였을 정도였다.

1797년 1월 31일,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 빈 교외의 리히텐탈에서 16남매의 13번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교장인 아버지와 요리사였던 어머니는 음악을 좋아했고 그런 집안의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향한 열정을 발견하게 됐다. 빼어난 미성의 슈베르트는 궁정의 소년 합창단에까지 선발돼 11세가 되던 해 빈 최고의 엘리트 학교인 슈타트콘빅트(궁정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불행이 뒤따르기 시작한다. 15세가 돼 변성기가 찾아오자 더 이상 보이 소프라노로 노래할 수가 없게 됐고 2년 더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지만 17세에는 학교를 나와야만 했다. 당시의 오스트리아는 징병제였기 때문에 모든 남성은 군대를 가야 했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군대 대신 자신의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는 초등학교의 저학년을 담당하는 음악 보조교사로 대체 복무하며 음악적 열정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작곡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는데 이 시기에 최초의 예술가곡이라 할 만한 ‘마왕’과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시를 기반으로 한 연가곡 ‘실을 잣는 그레첸’을 작곡한다. 같은 해 슈베르트는 F장조 미사곡을 완성해 직접 지휘하며 초연하게 되는데, 이때 소프라노로 노래하던 테레제 그로브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둘 사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테레제의 어머니는 가난한 집의 아들, 152㎝의 단신 슈베르트를 사윗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변변찮은 수입의 음악 보조교사 따위 대신 테레제를 부잣집 제과점 주인과 결혼시킨다. 그렇게 가슴을 할퀴고 떠난 그녀는 슈베르트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됐다.

1827년, 슈베르트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작곡한다. “그 소녀는 내게 사랑을 얘기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결혼을 얘기했었지”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가곡들은 사랑을 잃고 먼 길을 떠나는 남자의 애잔한 마음을 표현했는데, 아리고 아픈 겨울날의 풍경과 처절하게 혼자가 된 한 남자의 마음 상태가 저절로 그려진다. 겨울 나그네는 성공했고 슈베르트는 점점 이름이 알려지며 수입도 생기기 시작한다. 밀렸던 빚도 갚고 마침내 피아노도 한 대 장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다음 해 세상을 떠난다.

슈베르트의 가곡들은 단지 한 젊은이의 실연과 상실에만 한정된 곡이 아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 절망과 슬픔을 동시에 노래한다. 그러나 쓸쓸함의 미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픔과 상실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겨울 나그네 5번곡 ‘보리수’


총 24곡으로 구성된 연가곡 ‘겨울 나그네’ 중 그 다섯 번째 곡인 ‘보리수’는 ‘노래로 부르기 아까운 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곡이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곡(Kunst lied)이다. 연가곡 중 한 곡만을 발췌해 연주하는 일은 드문데 ‘보리수’는 일반 공연의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나무껍질에 사랑의 말들을 새겨 넣었다”는 달콤한 말들의 판타지와 피아노 반주로 표현되는 보리수 나뭇가지의 사각거림, 폭풍우의 매서운 바람 소리 역시 압권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