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럽 조사… 진보우위 종료

‘진보’ 文취임 37%서 26%로
부동산실패·내로남불 등 분노
지지세력 중도로 대거 이동

40대 진보 - 60대 보수 여전
30대 중도 40%대 가장 높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유지돼오던 진보 우위의 이념지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진보 인사들의 위선적인 행태와 집값 폭등 등 각종 정책 실패를 원인으로 꼽았다. 진보 세력에 실망한 유권자 대다수가 중도층으로 편입되면서 이들의 표심이 차기 대통령 선거의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3일 나온다.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자 이념 지형이 완전히 바뀐 ‘중대 선거’라는 평가와 함께 진보 우위 정치가 20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은 1년 만에 오류로 판정받게 됐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4월 월간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정치 성향을 진보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26%로 보수와 같았다. 중도는 33%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던 2016년 11월(보수 26%, 중도 28%, 진보 30%) 이후 계속된 진보 우위의 흐름이 급격히 무너진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엔 진보가 37%, 보수가 23%였다. 당시와 비교하면 진보층은 무려 11%포인트가 빠졌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결국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실망한 진보층이 등을 돌린 결과”라며 “부동산 등 실생활과 직결된 문제를 풀지 못했고 이에 분노한 대다수가 중도층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유력 진보 인사들의 ‘내로남불’ 행태도 원인으로 꼽혔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래도 진보는 보수보다 깨끗할 것이란 믿음이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임대료 인상 등 각종 논란으로 깨졌다”면서 “정의를 앞세웠던 진보 세력에 대한 배신감이 중도층의 확장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는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된다는 이른바 ‘연령효과’ 흐름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분석한 2020년 이념성향 자료에 따르면 보수가 진보를 앞서기 시작하는 나이는 만 57세(보수 29%, 중도 31%, 진보 28%)다. 올해 발표된 월별 조사에서도 60대 이상은 1∼4월 매달 보수 비율이 30%를 넘겼다.

반면 진보는 10% 후반대에 그쳤다. 진보 성향이 가장 강한 연령대는 40대로 나타났다. 40대 진보 비율은 1월 41%, 2월 36%, 3월 36%, 4월 33%로 내림세지만, 다른 연령대에 비해 뚜렷한 진보 색채를 띠고 있다. 30대는 중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1월 38%였던 30대 중도 비율은 2월 42%, 3월 41%, 4월 42%로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중도층이 40%를 넘는다. 그동안 여권 지지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돼 온 30대였지만, 변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민주당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40대는 진보, 60대는 보수 성향이 강한 상황에서 중도층으로 대거 유입된 30대 표심을 잡아야 여권이 균형추를 맞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4·7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쟁점이 된 18∼29세는 4월 조사에서 보수 23%, 중도 33%, 진보 25%로 진보가 다소 앞섰다.

다만 남성은 보수 30%, 중도 28%, 진보 25%로 보수 성향이 강했고, 여성은 보수 16%, 중도 37%, 진보 26%로 비교적 진보성향을 보였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군 복무 가산점 등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우성·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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