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길을 걷다 보면 로또 판매점에 줄을 선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띈다. 1등이나 2등 당첨자가 나온 이른바 ‘로또 명당’ 풍경이다. 로또 같은 복권은 불황일수록 잘 팔린다고 한다. 실제 통계로 확인된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극성이던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4조7090억 원으로 2019년보다 9.3% 증가했다. 복권 통합 발행이 시작된 2004년 이후 최대치다. 2008년 이후 13년째 신기록 행진 중이다. 로또는 한 달에 한 번 사는 게 가장 많고, 구매 경험은 30대와 40대가 많다고 한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산다.

다들 대박을 꿈꾸지만, 로또 당첨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다. 1등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에 불과하다. 번호 6개 중 3개를 맞히는 최하위 5등 확률도 2.24%로, 50명 중 1명꼴이다. 흔히 로또 1등 확률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한다. 벼락 맞을 확률은 낙뢰 횟수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은 연간 30만 번의 낙뢰가 발생해 과거 사상자 수를 감안하면 약 600만 분의 1 정도다. 속설이 틀리지 않는 셈이다.

희귀한 일을 말할 때 인용되는 골프 홀인원 확률도 이보다는 다소 높다. 홀인원 확률은 미국의 경우 투어 프로는 3000분의 1, 아마추어 주말 골퍼는 1만2000분의 1이라고 한다. 파 4홀의 홀인원(앨버트로스) 확률은 약 600만 분의 1이다. 그러나 계산이 그런 것이고, 드라이브 거리가 길지 않은 아마추어는 평생을 쳐도 파 4홀 홀인원은 불가능하다. 또 강원랜드에서 릴 3줄짜리인 슬롯머신(슈퍼 메가) 잭팟의 확률은 37만3248분의 1이다. 로또 1등 당첨은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러면 ‘로또 명당’이라는 점포는 과연 당첨 확률이 높을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로또 당첨 확률 자체는 통계적으로 독립이므로, 누가 어디서 사든 확률은 똑같다. 그러나 특정 점포의 당첨 확률은 로또를 많이 팔수록 높아진다. 결국 복권을 많이 파는 점포일수록 1등 복권이 나올 확률은 높지만, 개개인의 당첨 확률은 달라지지 않는다. 확률 1%라는 것은 100번 시도하면 한 번은 나온다는 뜻이 아니다. 확률을 제대로 알아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그래도 1주일 동안 희망을 주는 복권을 사려고 기왕이면 1등 당첨자가 나온 점포를 찾는 것을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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