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티머시 조 6일 도전
당선땐 서구 첫 선출직 기록
“출마만으로도 북한에는 충격”


오는 6일 치러지는 영국 구의원 선거에 탈북민 2명이 도전장을 냈다. 탈북민의 영국 선거 출마는 처음이며, 당선된다면 서구에서 탈북민이 선출직에 오르는 첫 기록을 세우게 된다.

2일(현지시간) a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내 북한 인권운동가 박지현(52·왼쪽 사진) 후보와 티머시 조(33·오른쪽) 후보는 보수당 후보로 입후보해 현재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맨체스터 지역에 출마한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노동당이 우세하지만 최근 보수당이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박 후보는 이날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곳에서 정치적 자유를 얻었다”면서 “북한은 출신 성분에 따라 처우가 다르지만 여기선 누구나 가치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북한 꽃제비(유랑자) 출신인 조 후보는 “버림받은 우리가 영국에서 출마한 것만으로도 북한에는 충격일 것”이라며 “바깥에선 재능을 살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소식이 북한 내부로 퍼지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와 조 후보 모두 두 번 이상 시도 끝에 탈북에 성공해 영국에 정착했다. 박 후보는 1998년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인신매매된 뒤 중국 북부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5년을 보냈다. 아이도 낳았지만 2003년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됐다. 2004년 두 번째로 탈북한 뒤 2008년 영국에 정착해 북한 인권단체에서 일해왔다. 강제북송을 거듭한 끝에 2008년 영국에 정착한 조 후보는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대학원에서 국제안보정치를 공부했으며 영국 의회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그룹’(APPGNK) 공동의장인 피오나 브루스 의원의 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사무관으로 일하고 있다. 영국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탈북자가 탄생한 데에는 탈북민 이주에 관대한 영국 정부 덕분이다. 미국과 달리 영국과 북한 관계가 나쁘지 않은 데다 사회복지 시스템과 영어 교육 등으로 탈북민들의 정착이 이어지고 있고, 현재 런던 교외의 뉴몰든 지역에는 탈북민 1000여 명이 거주하는 ‘리틀 평양’이 형성돼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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