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날 맞아 묘소 가보니…

묘비 옆엔 작은 인형과 꽃송이
놓고 간 음식 동물들이 파헤쳐
마음 이해하지만 자제해주길


“우리 아가 정인아! 천국에서는 고단했던 마음 내려놓고 행복해야 해.”

어린이날을 맞은 5일 오전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사진)에 잠들어 있는 정인이를 찾았다. 해맑게 웃는 사진 아래 검은 명패에 ‘정인’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출생과 사망의 ‘2019.6.10∼2020.10.13’ 숫자가 아래로 이어졌다. 492일의 짧은 삶, 살아있었다면 두 번째 맞을 어린이날이었다.

지난 1월 방송을 통해 정인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 두 달여간 안데르센 공원묘지는 정인이를 찾는 발걸음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정인이가 잠들어 있는 묘지는 아침 일찍이어서인지 조용한 모습이었다. 송길원 사단법인 하이패밀리 목사는 “방송이 나간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정인이를 찾는 발걸음이 최근까지 꾸준했다”며 “홀로 와서 1시간 넘게 정인이 묘 근처를 서성이고 바위에 앉아있다가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1일 오전에는 한 작곡가가 정인이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 보내오기도 했다. 정인이의 묘지를 찾은 이들은 돗자리를 깔아놓고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쓰레기봉투를 가져와 청소를 하며 정리하기도 한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무책임하고 준비되지 않은 입양의 문제점, 아동학대에 대한 반성을 안겨줬다. 하지만 입양은 새로운 가정의 탄생인 만큼 인식변화와 시스템 점검 등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정인이의 묘가 있는 안데르센 공원묘지에는 생후 1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아이도 있고, 엄마의 배 속에서 사망한 채 태어나 이곳에 묻힌 아이 등 정인이와 비슷한 또래에 세상을 떠난 어린아이들이 함께 잠들어 있다. 송 목사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억의 공간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송 목사는 “진정한 추모는 정인이 사건이 사람들 뇌리에서 잊히지 않고 가정과 아이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문화로 승화시키는 것”이라며 “세월호 사건 이후 기억의 숲을 조성했듯 정인이가 죽은 10월에는 국가와 부모, 언론이 다 함께 아동 인권을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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