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00여개국 면제 주장에
美 입장 선회 · WTO 본격 논의

WTO 164개국 모두 동의 필요
면제 협상에만 수개월 소요될 듯
제조업체들 반발도 협상 걸림돌


미국이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지재권) 면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지재권 면제 주장이 제기된 뒤 유보적 입장을 견지했던 미국이 입장을 바꾸면서 이르면 연내에 백신의 현지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이날 일반이사회 모두발언에서 미국의 지재권 면제 지지 소식에 대해 “기쁘다. 이제 신속하게 움직여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우리는 이 모든 문제를 긴박감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면서 신속하게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린 백신 제조업체들과 신속 제조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워크숍을 계속 진행 중이며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직한 백신 제조업체 태스크포스팀에도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제조업체들의 반발이 큰 만큼 제조업체들과 직접 협상을 진행해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백신 제조법은 무역 관련 지재권 협정(TRIPS·트립스)에 의해 보호된다. 특히 트립스의 4개 조항(저작권, 산업디자인, 특허, 공개되지 않은 정보 보호)에 포함되며, 이에 따라 제약사의 허락 없이 동일한 제조법으로 백신을 만드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상사태 등 예외적인 상황에 한해 이를 면제할 수 있다. 이에 근거해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낸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일시 면제안을 현재 58개 국가가 공식 지지하고 있으며 비공식으로 지지하는 국가들까지 합하면 100여 개국으로 늘어난다. 이들은 전 세계가 집단면역에 도달하기까지 몇 년 동안 일시적으로 지재권을 면제하자고 주장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WTO에 지재권 일시 면제를 요청한 이래 WTO에서 관련 논의는 있었지만 화이자와 모더나 등 대형 제약사를 가진 미국이 유보적 입장을 밝히면서 지지부진했다. 이날 미국의 발표로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다음 회의가 예정돼 있는 다음 달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백신 제조업체들을 비롯해 몇몇 선진국들의 반대가 거세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WTO의 지재권 면제 결정은 164개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이날 발표로 수개월 협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국제제약협회연합(IFPMA)은 이날 미국의 발표에 대해 “복잡한 문제에 대한 오답”이라며 “실망스럽다.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관련기사

박세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