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장병이 생활반에서 병영전문담당관을 통해 안내받은 온라인 기반 고충신고·상담체계에 접속해 상담하는 모습. 해군 제공
해군 장병이 생활반에서 병영전문담당관을 통해 안내받은 온라인 기반 고충신고·상담체계에 접속해 상담하는 모습. 해군 제공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포브스 선정 군인들이 사랑하는 커뮤니티 1위를 표방하며 부실급식 등 군 제보 폭로성 글과 사진이 폭증하고 있다. 육대전 페이스북 캡처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포브스 선정 군인들이 사랑하는 커뮤니티 1위를 표방하며 부실급식 등 군 제보 폭로성 글과 사진이 폭증하고 있다. 육대전 페이스북 캡처
지난 3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군 가혹행위와 군병원 오진으로 군대 보낸 아들이 5개월째 걷지도 못하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한 부모의 글. 이 글을 계기로 서욱 국방부 장관 지시로 감사가 진행 중이다.육대전 홈페이지 캡처
지난 3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군 가혹행위와 군병원 오진으로 군대 보낸 아들이 5개월째 걷지도 못하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한 부모의 글. 이 글을 계기로 서욱 국방부 장관 지시로 감사가 진행 중이다.육대전 홈페이지 캡처
해군 공식 앱 ‘네이비 라인’ 내 체계 안내 팝업창. 해군 제공
해군 공식 앱 ‘네이비 라인’ 내 체계 안내 팝업창. 해군 제공
지난해 7월 휴대전화 전면허용 후 MZ세대 장병들 SNS 통해 병영 고발 ‘분노의 제보’ 폭증
해군, 온라인 기반 ‘고충신고·상담체계’ 운용 4달 만에 전년 대비 상담 건수 2.3배 증가
‘아재’ 간부들 “고발 제보 증가”에 곤혹…군전문가 “군지휘관 MZ세대 맞게 리더십 바꿔야” 조언


지난해 7월 국방부가 일과 뒤 휴대전화 사용 전면 허용 후 휴대전화 문화에 익숙한 신세대 장병, 이른바 MZ세대의 병영 문화가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인권과 기본권을 지켜줄 휴대전화를 무기로 갖게 된 MZ세대들의 병영 내 고발·상담 건수가 지난해 말부터 폭증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지휘관들의 리더십도 MZ세대 장병들의 고민을 반영한 변화가 불가피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군은 온라인 기반 ‘고충신고·상담체계’ 운용 4달 만에 전년 대비 상담 건수가 2.3배로 늘어났다며 휴대전화가 열린 소통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육군 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계정에는 지난달 중순 이후 연일 휴가에서 복귀한 격리병사에게 제공된 부실 배식과 곰팡이 냄새나는 임시 숙소를 비롯, 지휘관으로부터 폭행당한 병사, 천식을 앓는 훈련병에게 내려진 감기약 처방 등 각종 고발과 제보 내용이 사진과 함께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휴대전화를 통한 ‘병영 고발’ 문화가 확산하면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남영신 육군 참모총장등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아재’ 간부들은 “휴대전화 전면 사용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군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덕분에 곯아 있는 구조적 문제들이 공론화되는 것은 긍정적 변화”라며 휴대전화 문화가 소통을 통해 경직된 병영 문화의 고질병을 개선할 최상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MZ세대 장병들 ‘육대전’ 등 SNS 통한 고발 폭증 추세

포브스 선정 군인들이 사랑하는 커뮤니티 1위를 표방하는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에는 5일 오후 5시쯤 ‘7포병여단 부당지시 확진자가 다녀간 교회를 전문장비 없이 마스크만 착용한 채 용사들에게 방역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란 장병 제보 글이 올라왔다. “사회에선 전문인력이 제대로 된 방호복을 착용하고 방역하는데 용사들은 전문장비 없이 일반 마스크만 쓴 상태로 방역작업을 하는 게 맞습니까?”라며 간부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글이 뜨자 15시간 만에 150여 개의 댓글이 쏟아졌다. 육군본부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일 육대전에는 육군 1사단의 또 다른 부실 배식, 휴일 육군 2기갑사단 부대 지휘관의 고양이 생포 지시, 육군 7군단의 코로나19 상황 속 간부들의 집단 축구와 회식 등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중순 이후 육군 12사단과 공군부대 등에 격리병사들에 대한 부실 급식과 열악한 격리시설, 손바닥 크기의 빵조각에 촛불 하나 달랑 꽂은 부실 생일케이크까지 간부들의 무책임을 성토하는 각종 폭로성 글과 사진 등 분노의 제보가 잇따르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어지면서 육군이 전 부대 격리기설과 급식실태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서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육대전의 주요 표적이 된 육군은 육대전에 올라온 내용 관련 부대 내 사실관계 확인과 대응, 병사들과의 소통에 골몰하고 있다. 육대전 페북 팔로어는 6일 기준 14만8800여 명. 현역병과 예비역, ‘곰신’으로 불리는 병사들 여자친구,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주 고객이다.

◆해군, 온라인 ‘고충신고 상담 체계’ 운용 4개월 만에 상담건수 43건, 2.3배로 폭증

이에 비해 해군은 6일 장병들의 고충을 수렴하고 해결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개설한 온라인 기반 고충신고ㆍ상담체계(고충신고·상담체계)가 4개월 만에 전년도 상담 건수를 초과 달성하는 등 소통채널로 정착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이용한 고충신고·상담체계 사용이 가능해진 올 1월부터는 2019년 21건, 2020년 18건에 불과했던 체계 상담실적이 4개월 만에 인터넷 34건, 인트라넷 9건 등 총 43건이 접수되는 등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충신고·상담체계는 지난해 7월 일과시간 이후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허가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인트라넷 내부망에서만 가능한 고충상담을 인터넷 온라인에서도 운용 가능하도록 개설한 것. 체계 운용을 통해 해군 장병들은 복무 중 어려움이 발생하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손쉽게 접근해 고충을 상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고충신고·상담체계는 해군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설돼 있으며, 해군 공식 앱인 ‘네이비 라인’에도 고충신고ㆍ상담체계와 연동되는 팝업창을 게시해 MZ세대 장병들의 접근을 쉽게 했다.

◆온라인 고충신고·상담체계 개발 유병주 감찰실장 주도

해군은 상담 건수 증가에 매우 고무적이다. 장병들의 고충상담 사례는 코로나19 관련 외출 및 휴가에 관한 질문부터 근무지 이동 상담까지 다양하다. 온라인 기반 고충신고·상담체계 개발을 주도한 유병주(준장) 해군본부 감찰실장은 “해군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MZ세대 장병들이 자신의 고충을 편리하게 상담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개인의 기본권 보장과 인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며 “장병들의 편의와 권익 보호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체계를 더욱 보완하고 건전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기존의 고충신고ㆍ상담체계는 인트라넷 내부망에서만 접속이 가능해 병사들이 체계에 접근하는 것이 제한됐다”며 “일과 중에는 간부나 주변 동료들의 시선 때문, 일과 후에는 생활관에서 주로 생활하기에 사무실에 설치돼 있는 인트라넷 전용 PC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특히 육상부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함정이나 격오지 부대의 경우 접근이 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아재’ 간부들 “휴대전화가 문제” 지적에 군전문가들 “지휘관 MZ세대 병사 고민에 귀기울여야”

군 간부들은 육대전 제보 등 휴대전화 전면허용 이후 연일 쏟아지는 폭로성 제보에 곤혹스러워하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군 관계자는 “부실 생일케이크의 경우 잘못된 건 사실이지만 지방자치단체 입장을 고려해 협의 과정에서 케이크 보급이 늦어져 발생한 문제인데 증폭된 측면도 있다”며 “부대마다 사정이 다르다 보니 배식 등 여러 부분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일부 지휘관과 간부 사이에서는 휴대전화 전면사용이 병영 내 문제를 더욱 키웠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군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군의 지휘명령계통은 일원화돼 중간 단계에서 누군가 덮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은 등 투명성이 문제가 된 병영의 고질병을 개선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전화, 특히 스마트폰이란 수단이 병사들에게 허용됨에 따라 기존의 지휘계통 이외에도 소통의 수단이 증가하게 돼 지휘관들도 새 병영문화에 맞게 리더십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장은 “MZ세대 장병들은 인권과 기본권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지휘관들이 장병들의 생각을 바꾸려 하기보다 변화하는 장병들의 생각과 수준에 맞추는 새로운 차원의 리더십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욱 한남대 경영·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존의 지휘계통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들이 스마트폰이라는 수단을 통해 SNS라는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부각되고 해결될 계기가 마련됐다”며 “오랜 기간 미해결 문제들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군의 경직된 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핸드폰이 해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 교수는 “이처럼 비공식적 해결이 주가 돼 기존의 명령계통이 존중되지 못한다면 일사분란한 지휘계통에 의존해야 하는 군의 문화가 교란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MZ세대 장병들에게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며, 군 지휘부가 병사들의 고민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지휘계통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소통과 신뢰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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