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기소와 직무배제는 별개라고 언급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기소와 직무배제는 별개라고 언급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 초유의 ‘피고인 중앙지검장’
오늘 휴가… 거취 고민하는 듯
與백혜련 “결단해야” 사퇴 주장

박범계 “기소와 징계는 별개”
직무배제 관례 깨고 職유지시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 피의자 신분이던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12일 오전 검찰 수사팀의 불구속 기소로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돼 재판을 받게 됐다. 수사팀이 대검찰청에 이 지검장을 기소하겠다고 보고한 지 약 두 달 만에 이뤄진 조치다. 공소장 제출이 이뤄진 이날 이 지검장은 하루 연가를 내고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여당 내에서도 이 지검장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정권 성향이자 ‘사상 첫 피고인’ 중앙지검장을 놓고 국가공무원법에 사실상 ‘피고인=직무배제’ 조항이 있는데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기소와 징계는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따라 대상이 친정권이냐 아니냐에 따른 현 정부의 자의적 법 적용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사상 첫 현직 피고인 된 중앙지검장 =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김학의 사건 수사를 맡은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전날 이 지검장 기소를 승인하면서 동시에 수사팀 검사를 중앙지검으로 직무대리 발령했다. 2019년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재직했던 이 지검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기소라는 점을 고려해 대검 주소지 관할인 중앙지법에 기소하려는 조치다. 이에 대해 현직 한 부장검사는 “이 지검장이 기소되면서 사상 초유의 피고인 신분 현직 중앙지검장이 될 뿐 아니라 자신이 지휘·감독하는 검찰청에서 기소가 되는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 지검장은 ‘개인적 이유’로 하루짜리 연가를 냈다. 이 지검장은 과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립할 당시 중앙지검 간부들이 사의 표명 등으로 반발하자 당시에도 연가를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연가는 앞선 연가와 결이 다르다”며 “사면초가에 빠진 이 지검장이 면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향후 거취를 놓고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에도 숨 고르기를 위한 연가 사용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 지검장이 전날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 지하가 아닌 본관 정문으로 출근한 것을 두고 청와대 등 윗선에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형사피고인=직무배제’ 법 무시 = 국가공무원법 73조의3 제1항 4호에는 ‘임용권자는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 조항은 강제성을 띠고 있지는 않지만, 현 정부에선 친정권 성향이냐 아니냐에 따라 선택적으로 관련법을 적용했다. 검언 유착 의혹의 ‘채널A 사건’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한동훈 검사장의 경우 기소되지 않았는데도 수사 일선에서 배제돼 현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반면 한 검사장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검사는 부장에서 차장검사로 승진했고, 최근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과 이규원 검사도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석동현 변호사(전 검사장)는 “여태껏 범죄 혐의로 정식 기소가 될 정도면 기소되기 전 스스로 옷을 벗거나 징계회부 등으로 옷을 벗게 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은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전날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것과 직무배제 등은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검장 본인이 요청한 수사심의 결과, 기소 권고가 나왔기 때문에 결단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사퇴론을 주장했다.

이해완·윤정선·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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