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사태가 가져 온
공정성 시비 풀어야 신뢰 회복
시청자는 가치를 찾는 생활자”
“‘양해’ 구하지 말고, ‘사과’부터 하라는 게 원칙입니다.”
CJ ENM 시청자위원회 수장인 박천일(사진)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위원회 출범 1주년을 맞아 이 같은 원칙을 강조했다. 최근 문화일보와 만난 박 교수는 “방송 중 문제가 발생하면 ‘시청자들의 양해를 바랍니다’라는 자막을 붙이곤 했는데, 이는 전적으로 방송사의 입장일 뿐”이라며 “불편함을 끼친 것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어야 한다. 시청자를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가치를 찾는 생활자’로 보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CJ ENM은 지난해 4월부터 시청자위원회를 만들었다.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과 같은 의무 설치 방송사를 제외하면 첫 시도다. 이는 2019년 방송가를 발칵 뒤집은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투표수 조작 파문에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였다. 박 교수는 “‘프로듀스 101’ 사태가 가져온 공정성 시비를 해결해야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PD들에게 방송 전에 ‘공정성이 어떻게 담보되나’ 묻고 답변을 받는다. 위원장 임기를 마칠 때쯤 ‘CJ ENM 오디션 프로그램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최근 기업들이 강조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화두로 던지며 변화를 촉구했다. 방송사가 방송 환경을 지배하고 시청자들은 따라오는 존재라는 인식 자체를 바꾸고, 새로운 가치를 가진 콘텐츠로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청자=동반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렇듯 거버넌스(G)를 바꾸지 않고 윤리 경영을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또한 사회(S)를 바라보는 방향성도 더 논의해야 한다. 요즘 넷플릭스가 인권, 인종, 기회보장과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콘텐츠를 통해 이 부분에서 앞서가고 있다. 이 같은 미래지향적 가치를 가진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시청자들에게 ‘건전한 주권 운동’을 권했다. 초유의 드라마 폐지 사태를 일으킨 SBS ‘조선 구마사’ 이후 아직 방송되지 않은 콘텐츠에 대한 비판과 함께 방송 금지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일종의 ‘사전 검열’에 나서는 모양새다. 박 교수는 “이제 시청자는 적극적 개입층이다. 불편함을 참지 않는다. SNS를 통한 의견 표출로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력도 커졌다. 하지만 사전 검열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해치는 행위”라고 조언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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