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임경선·번역가 권남희가 말하는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는 10대 때 심취한 취미를 ‘할배’가 된 지금도 깊이 사랑해요. 70대면서도 소년의 마음을 간직하는 그는 ‘ageless(늙지 않는)’ 한 작가예요.”

하루키 덕분에 글 쓰는 작가가 됐다는 임경선은 하루키를 이렇게 정리한다. 그가 2015년 출간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마음산책)은 하루키 일생을 재구성한 평전인 동시에 하루키의 취향과 가치관을 샅샅이 해부한 잡학 사전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하루키가 ‘고유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었던 건 한결같이 ‘개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라며 “문학이든 음악이든 전문가의 ‘가이드’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맥을 짚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취향의 계보’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개인주의적 세계관으로 무장한 하루키에겐 ‘모름지기 작가는 이래야 한다’는 비장한 자의식이 없어요.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즐기고, 취향을 숨김없이 공유한 덕분에 독자들이 그의 소설뿐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는 거죠.” 임경선은 또 “하루키 주인공들은 고난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도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자신을 돌본다”며 “소설에서나 삶에서나 하루키에게 취미란 끊임없는 ‘자기 수련’의 과정”이라고 했다.

영화 ‘버닝’의 원작인 ‘헛간을 태우다’를 비롯해 하루키 소설집과 산문집 등 20여 편을 번역한 권남희 번역가는 하루키의 매력을 ‘하찮은 이야기도 재미있게 하는 것’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것’ 등을 꼽았다. 그는 자신이 제일 처음 번역한 ‘빵가게 재습격’을 가장 좋아한다면서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문장이 가득하다”고 평했고, 일흔이 됐지만 마음은 조금도 늙지 않았다면서 “20여 년간 하루키 책을 번역했어도 그가 나이 들었다는 걸 글에선 조금도 느낄 수 없다”고 했다. “변함없는 게 가장 큰 장점 아닐까요. 재즈, 음반, 마라톤을 좋아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성실하게 일하고 운동하는 루틴 자체가 취향인 사람이죠.” 또, 권 번역가는 하루키의 2009년 예루살렘 문학상 수상연설 ‘벽과 알’을 예로 들면서 “높고 단단한 벽에 던져진다 해도 기꺼이 ‘알의 편’에 서겠다고 한 것처럼, 하루키가 늘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쓰는 글들이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윤석·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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