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나 걸려라” “집 파탄나라”
선수에 무차별적 ‘악성메시지’
신원 못밝히게 ID 계속 바꿔

에이전시 “상습폭언 강력대응”
KBO도 “법률지원 적극검토”


유럽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SNS로 인해 큰 소동이 빚어졌다. 특히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지난달 인종차별 ‘댓글테러’에 시달렸고 손흥민은 물론 토트넘도 SNS를 잠정 중단했다. 파장은 계속 커졌고 EPL, 잉글랜드축구협회 등 축구 단체는 물론 럭비, 크리켓 등 다른 종목단체와 주요 후원사, 방송사까지 SNS 보이콧에 동참했다.

국내 프로스포츠도 SNS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다.

SNS는 이점이 있다. 팬과 직접 소통하는 창구. 그래서 구단, 선수들은 SNS로 팬들과 만나 경기력, 그리고 다양한 일상을 ‘공유’한다. 하지만 손흥민의 예처럼 역기능도 있다. SNS를 통해 인격 모독적인 폭언, 특히 선수의 부모에게 욕설을 퍼붓고 이로 인해 선수는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프로야구 SSG의 내야수 최주환(사진)은 최근 충격적인, 끔찍한 내용의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받고 흔들렸다. 자신의 어머니를 향한 화살이 날아왔다. 최주환은 “나 자신, 선수를 욕하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부모님을 이렇게 성적으로 비하하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DM을 보자마자 손이 덜덜 떨렸다”고 밝혔다.

서울 연고 구단의 투수 B는 특정인으로부터 욕설이 담긴 DM을 주기적으로 받는다. 그런데 ‘당뇨병이나 걸려라’ ‘그냥 죽어라’ 등 그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기 도중 다쳐 재활 중인 포수 C는 부상 당시를 꼬집는 DM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C는 “안 그래도 부상 때문에 힘이 드는데, 이런 DM까지 받다니, 도대체 우리가 무슨 죄가 있나”고 항변했다.

선수들은 공인이기에 참고 또 참지만, ‘SNS 테러’는 도를 넘었다. “역전 당해서 기분 X같거든” “개극혐이네” 정도는 참을 만하다. “에미 에비 잘근잘근 XX줄게” “(너네) 집안 파탄나라”며 부모에게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을 쏟아붓는다. 심지어 “엄마 영정 사진 보고…”처럼 돌아가신 부모를 거론하기도 한다. 에이전트인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는 “아주 많은 선수가 악성 DM에 시달린다”면서 “상상도 못 할 욕이 난무하고, 최근엔 부모, 가족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내용이 주를 이뤄 선수들의 정신적인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능적이다. 아이디를 계속 바꿔가며 DM을 보낸다. 아이디를 자주 바꾸면 미국에 본사를 둔 SNS 업체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최주환의 에이전시인 브리온컴퍼니와 SSG는 부모에게 참지 못할 욕설을 퍼부은 악성 팬의 계정과 신상을 확보했다. 박희진 브리온컴퍼니 팀장은 “익명성을 악용한 모욕적인 내용의 DM으로 선수는 물론이고 가족도 큰 상처를 받고 있다면서 (악성 팬에게) 자제를 부탁했지만, 악의적이고 모욕적인 DM을 또 보냈다”고 설명했다. 브리온컴퍼니는 18일 공식 입장을 내고 “더는 참기가 힘들고, 관련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선수에게 정신적으로 충격을 주는 행위가 반복되면 더 이상의 선처나 합의 없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 사례들이 확인될 경우 강경한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SNS 테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KBO는 “최근 SNS를 통한 비난, 험담, 언어폭력이 무척 심각한 수준이기에 선수들의 요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법률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프로야구선수협은 SNS 관련 선수 인권 침해를 중요과제 1순위로 꼽고 있다. 장동철 프로야구선수협 사무총장은 “조만간 10개 구단 1군은 물론 2군까지 SNS 피해사례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SNS 관련 전수조사와 전담부서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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