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산업부 기자

‘철밥통’ 사수에만 혈안이 된 완성차업계 노동조합이 기업의 글로벌 신규 투자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져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면 성과급은 물론, 고용까지 물 건너가게 되는 뻔한 상황에 봉착하는데도 노조의 안중에는 기본적인 이런 우려조차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17일 성명을 통해 “사측의 일방적인 8조4000억 원 미국 시장 투자계획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며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 불신이 큰 마당에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 해외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공생은 요원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중심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 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현대차의 살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현대차는 지난 13일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노조의 눈치를 봤다. 언론에 배포한 발표문에 굳이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의 이관은 없으며, 국내 공장은 전기차 핵심 기지로서 역할을 지속하게 된다”고 ‘불필요한’ 문장을 집어넣으면서까지 노조의 ‘심기’를 살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기아 노조도 현대차 노조와 비슷하다. 기아 노조는 이날 소식지에서 “정의선 회장은 국내 공장 투자로 청년 실업 해소, 고용안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해외 공장이 우선이 아니라 3만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국내 공장 전기차·수소차 조기 전개, 핵심부품 국내 공장 내 생산을 위한 구체적 방안 제시가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기아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에 ‘차세대 차종 개발·생산 국내 공장 우선 배치’를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기아는 외국 주요 브랜드가 다 하는 온라인 차량 판매조차 노조 반대에 부딪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노조 반대로 신규 투자나 미래사업 육성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그 피해는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돼 있다. 기업의 경쟁력이 곧 노동자의 경쟁력이고,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절실하게 각인해야 할 것이다.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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