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은 어떻게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유대인들을 ‘살인 캠프’로 보냈을까.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에 참가했던 보통 사람들은 왜 권위적이고 불법적인 지시에 따랐을까.
심리학자인 저자는 “악은 인간 내면에서 비롯되는데, 최악의 잔혹 행위는 잔혹한 이념을 가진 집단과 자신을 강하게 동일시할 때 발생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집단과 동일시한다는 것은 곧 집단 밖의 타인은 정신과 신체를 갖고 있으며 존경과 공경을 받아야 하는 주체가 아니라 사물로 바라본다는 것, 즉 ‘대상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심리학과 철학, 사회학, 종교학 등 여러 학문의 관점에서 대상화가 우리의 일상이나 의식적·무의식적 활동에 얼마나 깊이 뿌리 박고 있는지 살핀다.
아이히만의 재판,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앨버트 밴듀라의 동물화 실험 등 구체적인 사례가 대상화가 이뤄지는 원리와 양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448쪽, 2만80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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