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입문 10년만에 3언더파
4년 간격 2차례 홀인원 기록
2년 과정 미국 골프학교 수료
백스윙때 손목을 못쓰게 하는
새로운 콤팩트 스윙 이론 터득
최근 티칭 프로 자격증 취득
대학서 강의하며 꿈나무 육성
TV방송서 장애인 대상 레슨
장일환(63) 전 삼성물산 부사장은 최근 티칭 프로 자격증을 얻어 국내 대학에서 골프수업을 하고 있다. 친구들은 그를 ‘장 프로’라고 부른다. 60세에 뜻한 바를 거침없이 실행에 옮긴 그를 부러워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삼성물산에서 부사장으로 35년 직장인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 골프학교에서 2년 만에 꿈을 이뤘다.
지난달 30일 인천 동구 청운대학교에서 CEO 과정의 골프를 강의하고 있는 장 교수를 만났다. 그는 과장 때 골프에 입문할 정도로 골프를 좋아했으며 언제든 골프를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 해왔다. 은퇴 후 망설임 없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PGCC(Professional Golfers Career College)’로 유학을 결정했다. 입학허가서 준비를 위해 미국을 다녀왔으며 토플 시험도 치렀고, 유학비자도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학알선업체에 300만 원을 지불하면 해결될 일이었다.
그가 다닌 2년 과정의 골프학교는 오전 수업을 하고, 오후엔 라운드나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또 티칭뿐만 아니라 골프 산업 전반을 가르쳤다. 특히 스윙이론이 국내에서 배웠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미국에서는 통계 중심으로 티칭을 했기에 그가 알고 있던 상식은 ‘올드 레슨’이었다. 골프채 성능 향상과 분석 시스템이 발달하고 피팅도 많이 하다 보니 스윙 이론이 변화한 것이다. 일례로 백스윙 때 손목을 많이 썼는데 최근에는 손목을 못 쓰게 했다. 심지어 손목을 사용하지 못하게 줄로 묶고 백스윙을 하게 했다. 콤팩트 스윙이다. 그 학교는 학기별로 9홀을 블루티나 풀백티에서 4번 돌아 평균타수를 제출해 학생들 간 순위를 매겼다. 블루티에서 치다가 성적이 오르면 백티로 올라간다. 그는 미국에서는 백티에서 이븐파까지 쳤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어빌리티 테스트(PAT)를 통과해 2년 안에 PGA 클래스 A에 지원할 자격이 생겼지만, 미국에서의 2년 골프장 근무 경력이 필요해 포기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미국에서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아무런 간섭도 안 받고 혼자 골프를 치며 생활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또 “한번은 미국 골프학교 인근의 퍼블릭골프장을 30억 원에 인수해 골프장 오너가 되려고도 생각했다”며 “하지만 돈에 얽매인 삶을 살 것 같아 이내 접었다”고 말했다.
유학 가기 전 주말 골퍼였던 그는 핸디 3의 싱글 골퍼였다.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2006년 골프입문 10년 만에 경기 용인의 기흥CC에서 3언더파 69타다. 직장인 대부분이 골프에 대해 눈치를 보던 시절이었지만, 마침 새로 부임한 CEO가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면서 “골프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운동”이라며 골프를 권장해 이후 열심히 골프장을 다녔다. 홀인원은 경기 가평베네스트 GC에서 4년 간격으로 2차례 성공했다. 첫 번째 홀인원은 2007년 10월 버치 코스 8번 홀(파3)에서 앞바람이 심해 한 클럽 길게 쳤는데 잘못 맞아 낮게 굴러가면서 홀로 들어갔다. 두 번째는 2011년 9월 버치 코스 5번 홀(파3)에서 친 티샷이 정확하게 맞아 홀 안에 들어갔다. 그는 “골프 입문 후 지금까지도 라운드 전날에는 어린 시절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설렌다”고 말했다.
유학을 마치고 지난 2월 귀국한 그는 중견 건설사에서 일자리 제안을 받았지만 사양했다. 은퇴 후 다시 직장 생활을 하는 게 싫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지금처럼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주니어선수를 재능 기부로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최근 시작한 복지 TV 방송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레슨을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장애인은 육체적·정신적 장애가 있을 뿐, 골프에 대한 장애가 아니다. 단지 능력의 차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골프로 하고 싶은 것은 돈을 버는 것보단, 많은 사람에게 제대로 된 골프 스윙이론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마추어 주말골퍼에서 지금의 골프 티칭 전문가가 되면서 느낀 것을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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