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20일 미국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이번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재임 중 마지막이라는 느낌도 가졌을 것이다. 한국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바이든 행정부와 싫든 좋든 4년간 동고동락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번 정상 회담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우선, 한·미 간 안보동맹을 강화하는 회담이어야 한다. 70년 전 김일성의 남침으로 희생된 미군 전사자는 3만6574명이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피를 흘린 혈맹의 정신을 기려야 한다. 현재의 한미동맹은 국내에서 연합훈련장도 확보하지 못해 미국 모하비 사막까지 거론되는 지경이다. 동맹은 최소한 적(敵)을 바라보는 시각이 똑같아야 한다. 인도, 일본 및 호주 등과 함께하는 쿼드(Quad) 참가를 둘러싼 정부의 애매한 입장은 동맹 강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음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내려놔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뉴욕타임스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죽만 올리고 성과 없이 물러났다며 미·북 간에 신속한 협상(quick-start)을 주문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긴급 성명을 통해 반박했다. 한·미 간 북핵 협상에 대한 시각 차를 반영한 해프닝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이 1년 이내의 임기를 고려해 바이든 행정부를 지나치게 채근하거나 조르지 않을지 우려된다. 바이든은 부통령으로서 2012년 2·29 미·북 합의서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을 지켜봤다. 백악관은 미·북 협상에서 ‘최대한 유연성’을 강조했지만,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미국의 정권이 교체됐으며 미·북 협상이 재개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워싱턴과 평양이 바이든의 신(新)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소통 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만큼 섣부른 중재자 역할은 이제 접어야 한다.

끝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보다 중요하고 실용적인 의제들에 집중해야 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의 재편 같은 경제동맹 이슈는 한국 경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화급한 백신 물량 확보는 이번 회담의 성패(成敗)를 좌우할 것이다. 양국 간 백신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토대가 마련돼야 ‘백신 스와프’ ‘백신 글로벌 허브’ 등이 가능하다.

정상회담은 화려한 리본으로 포장한 선물 상자를 교환하는 의전 행사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청와대가 줄 것은 한미동맹의 격상에 따른 쿼드 참여와 반도체 및 배터리 대미 투자다. 받을 것은 백신 파트너십 확보와 북한 비핵화 관철 등이다. 지나치게 평양을 의식해 미·북 대화를 무리하게 독촉하거나 대북 제재의 일부 유보를 요청하는 일 등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 이어 두 번째 백악관 대면 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도 한미동맹이 동북아의 중요한 린치핀(linchpin)이기 때문이다.

백신, 반도체 및 북핵 이슈에서 균형 잡힌 합의문을 도출해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두 정상이 혈맹 관계를 과시한다면 성공한 회담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실패한 정상회담 시나리오는 상상만 해도 불편하므로 생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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