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사고 되팔자” 투자심리도
지난 22일 오전 7시 20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주말 아침 도심인데도, 보기 드물게 60m가 넘는 긴 줄이 건물을 빙 둘러쌌다. 매장 반대쪽에 자리한 롤렉스 매장도 같은 시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다.
오전 10시 30분 백화점 문이 열렸다. 매장을 향해 달려온 고객에게 샤넬 매장 관계자는 “대기번호는 발급해주겠지만 오늘은 입장이 어려울 것 같다”며 난감해했다. 샤넬 매장에는 개점 시간 30분 전 이뤄지는 대기번호 등록에만 200명이 넘게 몰렸다. ‘오픈런(백화점이 오픈하자마자 매장으로 질주하는 현상)’만으로는 입장조차 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대기번호 1번을 받은 이는 전날 밤 11시부터 줄을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샤넬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시작된 ‘샤넬런’ 열풍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주말, 공휴일의 경우 오전 10시에 이뤄지는 대기등록 때까지 번호를 받지 못하면 그날은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특히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중 국내에서 유독 독보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샤넬이 지난해 두 차례, 올해 1월에 이어 일부 품목 가격을 다시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매장을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지난주 ‘유니콘 백’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많아 구하기 쉽지 않던 일부 핸드백 라인이 매장에 연달아 입고되면서 구매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클래식 캐비어 라지 핸드백(정가 942만 원)은 가격 인상이 확정될 경우 1000만 원을 넘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들 제품은 샤넬 측에서 구매 제한 조치를 해둬 중고품도 적정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가격방어’가 잘되는 편에 속한다. 일부 핸드백은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상품이 웃돈을 받고 거래돼 리셀러들의 표적이 되곤 한다. 이날 매장을 찾은 고객 중 절반 이상은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었다. ‘클래식백’ ‘가브리엘 호보백’ 등 인기 제품이 경쟁적으로 팔리면서 이른 오후 사실상 모든 재고가 소진됐다.
그러나 의류·신발 등을 판매하는 샤넬 매장은 오히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중산층 소비자들이 명품시장에 대거 가세하면서 단순 소비가 아닌, “즐기다가 여차하면 되팔겠다”는 투자 심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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