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금리 대출 폭 커지고
스마트폰 대출 늘어 설자리 잃어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일수(日收) 대출’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정부가 저금리 정책 금융을 쏟아부어 수요가 줄어든 데다가 급전이 필요한 시장 상인들이 일수 아줌마를 찾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카드론이나 소액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저신용·저소득 상인들이 어느새 돌아온 대출금 상환 시점에서 자금 압박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23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동대문구 경동시장·약령시장, 성동구 용답시장,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 등 전통시장 5곳 내 점포 20곳의 30여 명의 시장 상인을 만나본 결과, 일수를 이용 중인 상인은 한 명도 없었다. 용답시장에서 의류 잡화점을 운영 중인 박모(59) 씨는 “2~3년 전만 해도 일수 두는 아줌마가 여럿 있었고, 주변 상인 대부분이 암암리에 이용했다”며 “최근에는 사실상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시장에 뿌려진 일수 대출 광고 명함을 어렵게 찾아 전화를 걸어봐도 “요즘 장사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일수업을 하는 A 씨는 “명함 뿌려도 전화 한 통 오지 않을 정도”라면서 “일수가 돈이 안 된 지 오래됐다. 수요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역사를 같이했던 일수 대출은 이명박 정부 당시 도입된 미소금융, 코로나19 계기 정책 대출 등이 연이어 쏟아져 나오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동시장에서 약재상을 운영 중인 장모(61) 씨는 “장사가 안 됐던 건 아닌데 버는 족족 일수 업자에게 바치다 보니 덫에서 벗어나는 데만 20년이 걸렸다”며 “나라에서 빌린 돈 금리가 훨씬 저렴하고, 여의치 않으면 스마트폰으로 10분이면 대출이 가능한 시대에 굳이 이용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당장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안도하면서도 향후 원리금 상환 걱정을 하는 상인들도 많았다.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해산물을 파는 김모(52) 씨는 “5년 중 2년은 거치기간으로 설정해 현재는 이자만 갚아나가고 있다”며 “시장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원금을 같이 상환해야 하는 내후년이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추심업계 관계자는 “상환능력을 보지 않고 나라에서 뿌린 돈이 빚 폭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영·김성훈 기자
스마트폰 대출 늘어 설자리 잃어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일수(日收) 대출’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정부가 저금리 정책 금융을 쏟아부어 수요가 줄어든 데다가 급전이 필요한 시장 상인들이 일수 아줌마를 찾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카드론이나 소액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저신용·저소득 상인들이 어느새 돌아온 대출금 상환 시점에서 자금 압박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23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동대문구 경동시장·약령시장, 성동구 용답시장,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 등 전통시장 5곳 내 점포 20곳의 30여 명의 시장 상인을 만나본 결과, 일수를 이용 중인 상인은 한 명도 없었다. 용답시장에서 의류 잡화점을 운영 중인 박모(59) 씨는 “2~3년 전만 해도 일수 두는 아줌마가 여럿 있었고, 주변 상인 대부분이 암암리에 이용했다”며 “최근에는 사실상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시장에 뿌려진 일수 대출 광고 명함을 어렵게 찾아 전화를 걸어봐도 “요즘 장사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일수업을 하는 A 씨는 “명함 뿌려도 전화 한 통 오지 않을 정도”라면서 “일수가 돈이 안 된 지 오래됐다. 수요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역사를 같이했던 일수 대출은 이명박 정부 당시 도입된 미소금융, 코로나19 계기 정책 대출 등이 연이어 쏟아져 나오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동시장에서 약재상을 운영 중인 장모(61) 씨는 “장사가 안 됐던 건 아닌데 버는 족족 일수 업자에게 바치다 보니 덫에서 벗어나는 데만 20년이 걸렸다”며 “나라에서 빌린 돈 금리가 훨씬 저렴하고, 여의치 않으면 스마트폰으로 10분이면 대출이 가능한 시대에 굳이 이용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당장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안도하면서도 향후 원리금 상환 걱정을 하는 상인들도 많았다.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해산물을 파는 김모(52) 씨는 “5년 중 2년은 거치기간으로 설정해 현재는 이자만 갚아나가고 있다”며 “시장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원금을 같이 상환해야 하는 내후년이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추심업계 관계자는 “상환능력을 보지 않고 나라에서 뿌린 돈이 빚 폭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영·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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