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정상회담 뭘 남겼나
바이든, 국제질서 주도경쟁 벌이는 中견제 위해 ‘동맹 끌어안기’…文, 미사일 주권 등 ‘구체적 실익’ 확보
印·太전략 공감대 확대 속‘대만’ 거론은 기회이자 도전…동맹내 日과의 역할 분담·중장기 국익 추구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패권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동맹 재건과 중산층을 위한 경제 건설 및 안정적 공급망 건설을 추구해왔다는 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으로서도 의미 있는 성과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은 중국과 싸우기 위해 동맹과도 싸웠지만, 바이든 시대의 미국은 동맹 끌어안기를 시도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트럼프 시대의 ‘도넛 동맹’에서 탈피해 중국 견제를 위한 ‘맞춤형 동맹’을 예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중 간 ‘질서 경쟁’
이번 회담의 국제정치적 맥락은 미·중 전략 경쟁이다. 지난해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 싸우기 위해 동맹과도 싸웠다. 동맹으로부터 이익을 취해 대중 전선에서 미국을 강화하려 한 것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싸우기 위해 동맹을 최대한 끌어안고 있다. 패권국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미국의 마음은 국내정치에서 정권을 놓칠 수 없는 집권 여당의 절박한 노력에 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국내정치에서 집토끼 지지세력의 이탈이 패배의 결정타인 것처럼, 바이든 정부에 한국을 비롯한 기존 동맹의 이탈은 대중 게임에서 패배의 신호탄이다. 미국은 동맹국을 끌어안기 위해 모든 인센티브를 사용해야 할 만큼 절박하게 패권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미·중 경쟁이 단순한 이익의 갈등을 넘어 ‘질서 경쟁’이 됐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중국이 제시하는 ‘신형 국제관계’와 미국이 건설한 ‘자유주의 국제질서’ 간의 싸움이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일방주의를 대체하는 다자주의 질서를 지향한다. 경제는 물론, 기술, 인프라, 금융, 이념, 그리고 안보의 영역에서 촘촘히 자신의 영역을 건설 중이다.
미국은 중국 체제의 변화를 유도해 미국 패권 하에 미·중 협력 관계를 건설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현재는 희망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미·중 양국은 자급자족적인 경제 진영을 건설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군사경쟁에 대비한 안보 진영도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 과정은 4차 산업혁명의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고 결정적인 기술패권싸움이다.
◇‘도넛 동맹’ 벗어나기
당장 바이든 정부가 직면한 최대 위협은 코로나바이러스와 중국이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이제 끝이 보인다. 그러나 중국과의 싸움은 ‘편 모으기’ 준비 단계다. 지금까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순방 국가만 돌아봐도 명백하다. 일본, 한국에 이어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했고 아프가니스탄과 영국을 방문했다. 아시아와 유럽의 핵심 동맹, 그리고 특수 관계에 있는 영국을 방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시대에 마음 상한 동맹들을 다독이고 각 동맹국들이 미국의 싸움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며 동맹국 간 역할 분담을 최적화해나갈 것이다.
한·미 동맹은 그간 ‘도넛 동맹’이라고 불렸다. 역내(域內) 협력 부재로 동맹의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 등장 이후 한·미 간 어젠다 설정에 미묘하고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다. 한·미 정상 간 최초의 전화통화 때엔 인도·태평양에 대한 논의가 일본에 비해 훨씬 적었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두 정상이 아시아에 대한 공동의 가치를 확인하고 역내 공조 확대를 언급했다. 남중국해에서의 상업·항행·비행의 자유도 강조됐다.
미국은 그간 대중 압박 전선에 참여하는 동맹국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교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인 것이 쿼드다. 미국은 쿼드가 다자안보기구 즉 ‘아시아의 나토’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보건·환경·경제 부문에서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열린 협력 플랫폼이라 규정했다.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다자주의의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대중 견제 ‘맞춤형 동맹’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바이든 정부가 보여준 것은 ‘중국 견제를 위한 맞춤형 동맹’ 전략이다. 바이든 정부는 취임 100일을 거치면서 북핵 문제를 비롯해 공급망과 대중 전략 등 다양한 리뷰를 진행해왔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맹망 점검’이었을 것이다. 한국이 대중 전선에서 할 수 있는 역할과 할 수 없는 역할을 나누고, 정상회담에서 한국으로부터 최대한을 끌어내기 위해 줄 수 있는 인센티브와 공동의 상황 인식을 위해 나름대로 준비해왔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만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남중국해 문제와 더불어 대만 문제에서 한·미 양국이 인식을 같이한 것 자체가 큰 변화다. 지난 18일 열렸던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의 미국 상원 청문회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다뤘지만 거의 절반이 중국과 대만 문제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대만 문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군사적 대응의 문제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 정상 간에 대만 문제가 언급됐다는 것은 앞으로 지역 안보를 둘러싼 한·미 간 위협 인식과 정책 조율이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바이든 시대의 외교 전략
미국은 한·미·일 협력도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과 일본이 대중 전선에서 감당하는 역할과 입장이 다르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 동중국해 분쟁을 겪고 있으며, ‘보통국가화’라는 과제에서 중국과의 대립은 유용한 측면도 있다. 반면 한국은 경제·북핵 문제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불가결하다. 미국은 한·일의 단순 비교를 넘어 대중 견제에 최적화된 한·미·일 협력 공식을 찾아 나갈 것이다. 한국 역시 일본과 단순 경쟁과 협력이 아닌 유용한 역할 분담을 추구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 시절 그의 공세를 막아내며 미국을 활용하면서 국익을 추진하는 것이 한국의 대미 외교였다면, 이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 끌어안기 핵심을 파악하고 동맹 속에서 중장기 국익을 파악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모든 사안이 미·중 경쟁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지금, 때로는 경쟁을 활용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국익에 중요한 북한·경제·보건·환경 문제 등을 다뤄가야 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세줄 요약
미·중 간 ‘질서 경쟁’ : 이번 회담의 국제정치적 맥락은 미·중 전략 경쟁. 미·중 경쟁은 이제 이익 갈등을 넘어 ‘질서의 경쟁’으로 가고 있음. 트럼프는 중국과 싸우기 위해 동맹과도 싸웠지만, 바이든은 동맹 끌어안기를 함.
‘도넛’ 동맹에서 ‘맞춤형’으로 : 트럼프 시절 한·미 동맹은 아시아 등 역내 협력 부재로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도넛 동맹’이었음. 하지만 바이든은 중국 견제에 동맹국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맞춤형 동맹’ 점검을 본격화.
바이든 시대 韓 외교 전략 : 회담서 대만·남중국해·쿼드 등을 언급한 건 한국엔 기회이자 새로운 도전임. 바이든의 동맹 끌어안기 핵심을 파악하고 중장기 국익을 파악하는 것이 한국 외교전략 수립의 최대 과제로 떠오름.
■ 용어 설명
‘도넛 동맹’이란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에 일반적인 협력을 하면서도 정작 중요 사안에 대한 협력을 유보하는 것. 대중 견제를 위한 역내 협력이라는 동맹의 핵심 내용이 빠졌다는 뜻에서 쓰인 표현.
‘질서 경쟁’이란 전후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국제사회 신흥강자 중국이 제시하는 ‘신형 국제관계’ 간 경쟁을 말함. 중국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대체하는 다자주의 질서를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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