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사건 다룬 ‘꼬꼬무’
전문가들이 되짚는 ‘알쓸범잡’
실화 놓고 대화 형식으로 풀어
‘그것이 알고 싶다’ 원조 격
정인이·보람이 사건 등 반향 커
공권력에 대한 대중 불신 깊어
눈물·감정 더한 진행자에 공감
자극적 사건 분석에 이목 쏠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낳은 범죄 내러티브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와 ‘당신이 혹하는 사이’는 그 대표주자다. 지난 3월 시즌2가 시작된 ‘꼬꼬무’는 여대생 공기총 살인사건과 정남규 연쇄 살인사건, 지존파 사건과 1992년 휴거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꺼내 들었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는 각종 SNS를 통해 떠오는 음모론에 초점을 맞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이 빌 게이츠와 관계가 있다는 소문부터 실종된 장웨이제(江維杰)와 보시라이(薄熙來) 부부, 김정남 살인사건, 배우 윤영실 실종사건, 존스타운의 참극 등 국경을 넘나드는 사건을 담았다.
케이블채널 tvN ‘알쓸범잡’(알아두면 쓸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은 ‘알쓸신잡’의 새로운 버전이다. 앞선 프로그램들이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면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법학박사 정재민 등의 전문가들을 앉힌 ‘알쓸범잡’은 범죄 이면을 들여다본다. 억울한 피해자를 낳은 엄궁동 사건을 비롯해 형제복지원 사건 등을 되짚는 동시에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범죄 가해자들의 심리를 분석한다.
SBS ‘궁금한 이야기 Y’나 MBC ‘실화탐사대’ 역시 비슷한 맥락을 보이지만, 다루는 사건의 성격은 다소 다르다. 두 프로그램은 현재진행형 사건에 보다 비중을 둔다. 현재 방송 중인 채널A ‘강철부대’에 출연했던 박모 중사를 둘러싼 추문을 다룬 ‘실화탐사대’는 평소의 2배에 가까운 전국 시청률 8.6%를 기록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뿌리는 SBS 간판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찾을 수 있다. 1992년 첫 방송 이후 29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각종 강력사건을 소재로 다룰 때마다 엄청난 파급력을 보였다. 지난 4월 방송에서는 구미 여아 살해 사건을 다루며 특정일을 기준으로 귀 모양이 달라졌다는 점을 지적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강력 사건을 다룬 프로그램들은 감춰진 사건을 들추고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 역시 언론의 기능인데, 수사 기관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이런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키운 것”이라면서도 “다만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간접 증언 등을 통해 의혹을 제기하므로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감정을 담는 화자(話者)의 힘
‘그것이 알고 싶다’와 ‘실화탐사대’ ‘꼬꼬무’ 등과 강력 사건을 전달하는 뉴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감정’이다.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와 기자들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다.
하지만 ‘보도’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이런 프로그램들은 감정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 ‘그것이 알고 싶다’를 이끄는 김상중 이전에도 문성근, 정진영 등 유독 배우들이 진행자로 나섰다. SBS 관계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진행자들의 색이 많이 반영되는 프로그램”이라며 “그들의 목소리 톤과 호흡, 때로는 눈물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일으키는 키(key)가 된다”고 말했다.
‘꼬꼬무’는 방송가에서도 입담꾼으로 정평이 난 장항준 감독을 비롯해 방송인 장도연, 장성규가 스토리텔러 역할을 한다. 그들은 초대 손님을 불러 마치 친구에게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풀어간다. 이를 듣는 청자(聽者)들의 리액션은 ‘꼬꼬무’를 즐기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기가 막히는 실화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채근하는 식으로 시청자들을 청자로 유도하는 식이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 역시 가수 윤종신과 영화감독 변영주, 배우 봉태규와 개그우먼 송은이 등 대중에게 친숙한 유명인들을 앞세워 강력 사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비교적 부드럽게 풀어간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자극적인 사건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 역시 힘을 얻는 것”이라며 “사건·사고를 다룰 때 단순히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계산을 넘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의미를 짚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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